'노태우 추징금' 합의…신명수 80억 대납

입력 2013-09-02 17:33   수정 2013-09-03 05:14

노씨·동생 재우씨·前사돈 230억 나눠내기로
檢, 전두환 압박…동아원 등 11곳 압수수색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전 사돈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이 2일 노 전 대통령의 추징금 중 80억원을 대납했다. 추징금 납부를 둘러싼 노 전 대통령과 동생 재우씨, 신 전 회장 간 3자 합의가 일단락되면서 재우씨 측도 조만간 남은 추징금 150억원을 완납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를 계기로 자진 납부를 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추징금 환수 및 비자금 수사에 더욱 고삐를 조일 방침이다.

○신명수 전 회장 80억원 일시납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신 전 회장은 이날 오후 3시30분께 80억원을 서울중앙지검 계좌로 이체했다. 신 전 회장이 이체한 돈은 곧바로 한국은행의 국고 계좌로 환수됐다. 앞서 노 전 대통령 등은 미납 추징금 230억원 가운데 신 전 회장이 80억4300만원을, 재우씨가 150억원을 대납하고, 대신 노 전 대통령이 이들에 대한 채권을 포기하는 내용의 3자 합의를 추진해 왔다.

당초 재우씨 등은 이 안에 동의했으나 신 전 회장은 기부와 추징금 대납을 놓고 저울질해 왔다. 신 전 회장 측 변호인은 “추징 시효가 지나 법적으로 추징금을 낼 의무는 없으나 마음의 빚이 있어 추징금 쪽으로 마음을 기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에는 “추징금 대납은 재우씨와는 상관이 없으며 자발적으로 낸 것”이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회장의 납부로 재우씨도 조만간 남은 150억원을 검찰 측에 낼 방침이다.

○전 전 대통령 압박하는 검찰

노 전 대통령의 추징금이 조만간 완납되는 만큼 검찰은 이를 토대로 전 전 대통령 측을 강하게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흘러들어간 의혹이 있는 기업인 동아원과 관계사, 관계자 자택 등 11곳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김형준 외사부장)은 이날 오전 9시께 검사와 수사관 등 60여명을 이희상 동아원 회장 집무실 등을 포함한 11곳에 나눠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 자료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 회사를 통해 전 전 대통령의 삼남인 재만씨 등에게 불법 차명 재산이 유입됐는지를 살펴볼 방침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재만씨의 재산을 목표로 했다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본사를 둔 동아원은 제분·와인·육류 수입업체 등 11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 회장은 재만씨의 장인이다. 재만씨는 이 회장으로부터 결혼 후 160억원대 채권을 결혼 축하금 명목으로 받은 바 있다. 검찰은 1995년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당시 “채권 중 114억원의 실소유주가 전 전 대통령”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소명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채권 출처도 다시 점검할 방침이다.

재만씨가 미국에서 운영 중인 와이너리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유입 의혹을 받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재만씨는 이 회장과 공동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1000억원대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와이너리 매입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들어갔을 것으로 보고 자금을 추적 중이다. 이 밖에 재만씨 소유 서울 한남동 빌딩(100억원대)도 비자금 유입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주 재국 재용씨 소환조사

검찰은 장남 재국씨 소유의 경기 연천 허브빌리지 땅과 건물 일부를 지난달 29일 압류했다. 또 재국씨 가족이 소유한 일대 토지 일부도 함께 압류했다. 압류 대상은 허브빌리지 일대 토지 48개 필지 19만여㎡(약 6만평) 중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은 33개 필지 13만여㎡다. 같은 날 재용씨의 아내 박상아 씨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추가 수사를 거쳐 이르면 이번주 중 재국, 재용씨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정소람/양병훈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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