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도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안충영 중앙대 석좌 교수·경제학 / 코트라 외국인투자옴부즈만
한국 경제는 지금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데 경기 회복 전망은 미궁에 빠져 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으로 함몰되고 있는 징후마저 보인다. 국내 경기 부진과 부동산 경기 실종은 10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를 시한폭탄으로 만들고 있다. 여기에 대외환경의 악재가 중첩되고 있다. 우리 수출의 4분의 1이 나가고 있는 중국 경제에도 금융부실이 나타나고 성장률도 낮아지고 있다. 미국 경제도 양적완화를 다시 연장할 만큼 확실한 회복이 불투명하다. 일본 아베노믹스의 파장도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배가한다. 유럽연합(EU)도 재정위기는 상존한 채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 돌파구는 투자활성화에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경제 살리기에 중요한 몫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삼성이 중국 시안(西安)에 짓고 있는, 초기 투자비 23억달러를 포함해 총 70억달러(약 7조9000억원)에 이르는 반도체 공장건설 현장을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시 TV화면으로 본 바 있다. 아직도 저개발 상태에 있는 중국 내륙지방의 무한한 내수시장을 겨냥한 삼성의 포석이다. 현대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연산 20만대 규모의 자동차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국내 인건비를 감안하고, 해외시장 수요에 맞춰 초국경 공급사슬을 활용하는 전략적 해외투자는 나무랄 일이 아니다.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해외에 동반진출해 취업기회를 제공하고 중소기업의 국제화를 선도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국내 투자부진에 대한 타개책의 하나로 우리도 한국 경제를 고도화시킬 외국인직접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이미 국내에 존재하는 외투기업이 증액투자를 하도록 투자 이후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면 된다.
작년 한 해 한국 기업이 해외에 직접투자한 금액은 230억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작년에 한국에 유입된 FDI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고작 103억달러에 불과했다. 무려 120억 달러의 결손이 일어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1174억달러에 이르고 있으나 국내유입 FDI는 347억달러에 그쳐 해외직접투자 금액의 3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FDI의 증대는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 자본축적, 기술이전, 한국 경제의 글로벌화 등 다목적 열쇠를 가져다 준다. 이화여대에 둥지를 트는 세계적 화학업체 솔베이는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를 통째로 이전하고 100명의 국내 고급두뇌를 이용, 2차전지에 대한 본격적 연구를 하며 국내에 부품 공급 및 해외수출까지 기획하고 있다. 이와 같이 FDI는 창조경제 구현에 바로 기여하고 고급 일자리까지 제공한다.
우리는 외국인투자유치를 위해 기존 6개의 경제자유구역 이외에 최근에 2개를 추가 지정했다. 그러나 이같이 멍석은 깔았으나 각종 규제와 현지 적정 인력 공급에 문제가 있어 그냥 공터로 남아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영리법인 교육기관과 영리병원의 설립불가, 관광과 마이스(MICE)산업을 묶는 대형 리조트 조성 프로젝트도 외국인전용 카지노 불허방침에 발이 묶여 무산되고 있다. 어렵사리 발효시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EU FTA도 연간 30억달러 이상의 FDI 유입효과가 없으면 소기의 성장효과를 가져 올 수 없다.
세계적인 제조업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일본 경제도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위해 경제특구를 설치, FDI 유치에 나서며 인센티브 제공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에서 우리의 현실은 국내 증손자회사가 외투업체와 합작투자하는 것을 불허하는 걸림돌이 도사리고 있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국내외 합작 증손자법이 입법화돼 국내기업과 외투기업이 50 대 50의 투자지분을 허용, 지금 제안되고 있는 2조3000억원의 투자가 실현된다면 한국 경제에 일자리와 성장동력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제 한국 국회가 일자리 만들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중산층에 일자리를 확실하게 제공하고 성장의 동력을 다지는 데 중요한 열쇠인 FDI 유치에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초당적으로 대처하기를 기대한다.
안충영 중앙대 석좌 교수·경제학 / 코트라 외국인투자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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