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한국 증시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원화 강세가 한국의 펀더멘털(내재가치) 차별화에 따른 결과여서 국내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3일 원·달러 환율은 1100원 밑으로 내려났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60원(-0.42%) 내린 1095.90원에 거래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100원을 하회한 것은 올 5월10일 이후 처음이다.
보통 증권업계에서 원·달러 환율 1100원 선을 외국인들의 매수와 매도의 임계점으로 평가한다.
조성문 NH농협증권 연구원은 "환율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며 "환율 하락 영향으로 국내 증시 주도주인 정보기술(IT)과 자동차에 대해 외국인들이 매도에 나설 경우 주가 추가 상승 여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인들의 한국 채권 매수와 주식 순매수, 조선 수주 물량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장세가 연출됐다. 원·달러 환율(2일 종가 기준)은 3분기 들어 3.63% 떨어졌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월초와 월말 무역수지 흑자 등이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을 이끌었다" 며 "당분간 완만한 강세를 보여 1100원 언저리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업계에선 원화 강세 현상이 신흥국 내 한국의 안정성 부각 등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했다. 현 시점에서 원·달러 환율 하락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도 루피화 등 아시아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반면 원화가 강세를 나타낸 점은 한국의 펀더멘털이 돋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강세 속에 주가가 상승한 것은 신흥국 시장 내 한국 차별화의 확실한 증거" 라며 "원·달러 환율이 추가적으로 급락하지 않는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주식과 통화는 금융시장에서 신흥국 내 안전자산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통상 글로벌 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부각되기 위해선 증시에서 소비재 비중이 높아 이익의 변동성이 작고 안정적인 환율을 위해 경상수지가 건전해야 한다" 면서 "현재 한국은 이런 2가지 조건을 모두 갖춰 안전자산 역할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한국 증시의 대표주인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로서 안정적인 이익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경상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부채 비율이 낮아 한국시장은 안전자산으로서 역할이 커질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향후 원·달러 환율의 추가 추이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김병연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050원까지 떨어질 경우 수출주의 채산성 우려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며 "올 하반기 환율 변동성 확대 요인들이 산재해 있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9.77포인트(0.51%) 오른 1934.58에 거래되고 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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