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아이콘 ‘김태희’의 네버엔딩 스토리

입력 2013-09-03 11:55   수정 2013-09-03 12:09


[기획취재팀] 대체 무슨 수식어가 필요할까. ‘김태희’다.

연예인들의 이름은 이따금씩 고유명사처럼 통용된다. 예를 들자면 “말솜씨가 완전 유재석이야”, “수영실력이 박태환 뺨쳐” 같은 것들이 그렇다. 그리고 여성들이, 때에 따라 남성들도 가장 좋아할 말은 바로 이것이다. “얼굴이 김태희야”.

예쁘다. 한 치의 거짓도 없이 그저 예쁘다. 성형외과 의사들이 한국에서 가장 완벽한 외모를 지닌 미인으로 뽑았을 정도니 오죽할까. 오목조목 뚜렷한 이목구비에 완벽한 좌우 대칭을 갖춘 김태희의 입체감 있는 얼굴은 심지어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동안의 조건까지 충족시킨다. 예쁜데다 어려 보이기까지 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거진 사기급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넘사벽’인데 다만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김태희가 ‘김태희’인 이유다. 예쁜 것만이 전부인 배우가 아니다. 미모에 지성까지 갖췄다. 김태희는 전국의 수험생들이, 그리고 그들의 어머니들이 오매불망 그리는 꿈의 S대-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출신이다.

이만하면 성격이 좀 못돼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것도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김태희를 설명하는 말은 하나같이 ‘착하다’, ‘겸손하다’는 것뿐이다. 김태희는 한국 메이크어위시(Make-A-Wish Foundation) 재단의 친선대사로 위촉된 이래 꾸준히 난치병 어린이들에게 직접 선물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을 만큼 예쁜 마음을 지녔다. 보여주기식 단발성 만남에 그치지 않고 이후로도 꾸준히 소식을 주고받으며 관계자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바쁜 촬영 일정 속에서도 무료배식, 자선경매 등 봉사활동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얼굴도 예쁜데 마음은 더 예쁜 김태희. 미인의 삶은 기구하기 짝이 없다고들 하지만 그런 말에 해당되는 사항 같은 것은 찾아보려야 찾아 볼 수가 없다. 이만하면 사기가 아니라 인생에 치트키 내지는 맵핵을 쓴 것 같다.

하느님은 이태리 장인도 울고 갈 정성으로 한 땀 한 땀 ‘김태희’를 수놓은 것일까.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사실은 이처럼 너무도 명확하다.

>> 김태희, 대체 얼마나 예쁜 거야?


인터넷 게시판이나 각종 커뮤니티 등지에서 김태희는 일명 ‘태쁘’로 통칭된다. ‘김태희’와 ‘예쁘다’의 합성어에서 비롯된 별명으로 팬들은 물론 네티즌들의 김태희에의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예쁜 여배우라면 송혜교도, 전지현도, 김희선도 있는데 어째서 김태희만이 ‘태쁘’일까.

미(美)라는 것은 지극히 상대적인 개념이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한없이 예뻐 보일 수도 있고, 반대로 끝없이 미워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같은 개념이 김태희에게는 유독 관대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김태희는 대표적인 정석미인인 터다.

이를테면 이것은 그런 개념이다. 김태희는 ‘개념원리’라기보다 ‘수학의 정석’에 가깝고, ‘MS WHEEL’보다 ‘로지텍’과 비슷하다. ‘젤리빈’이 아니라 ‘진저브레드’, ‘캐러멜마끼아또’가 아니라 ‘아메리카노’다. 다른 여배우들이 눈부시게 빛나는 아름다움을 선보여도 어느새 김태희의 사진을 찾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깨달았다면 이 말의 의미를 실감할 것이다.


정말 딱 떨어지는 미모다. 그렇기에 커다란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는 있을지언정 호불호는 없다. 정직하게 예쁘고, 올곧게 아름답다. 중국의 ‘여왕’ 장쯔이나 일본에서 ‘가장 완벽한 미인’으로 불리는 사사키 노조미와 같다. 서구적인 이목구비를 감싼 동양적인 아름다움은 한국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아름다운 한국의 여배우를 꼽는 각국의 설문에서 김태희는 대부분 랭킹 3위 안에 이름을 올린다. 일본의 유명 성형외과 ‘타카스 클리닉’이 실시한 ‘성형해서라도 닮고 싶은 얼굴’ 4위에 올린 바 있으며, 중국 동영상뉴스 사이트인 ‘칸칸신원왕(看看新聞網)’이 매긴 한국 여자 연예인 자연미인 순위에서는 1위에 등극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배우라는 반증이다.


MBC 에브리원 ‘스타 더 시크릿’이 취재한 바에 의하면 김태희는 어릴 때부터 눈부신 외모를 갖췄던 데다 공부까지 잘해 “울산에서 김태희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까지 있었다고 한다. 울산의 학원가에서는 “김태희만 잡으면 남학생들 학원 오게 하는 건 시간문제”라고들 했다니 이제나 저제나 김태희는 김태희다.

실제 김태희가 다니던 학원의 원장은 “태희가 얼굴이 예쁠 뿐 아니라 공부까지 잘해 함께 학원에 등록을 하려는 남학생이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항상 학원 자습실에서 공부하는 태희 덕에 주말에도 200석이 넘는 넓은 자습실이 남학생들로 꽉 차곤 했다”며 학생 시절에도 대단했던 인기를 증명하기도 했다.


늘 꽃 같은 모습으로 칭송받기만 했을 것만 같은 김태희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퍽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다. 서울대 재학시절에는 과 전체에서 가장 예쁜 학생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당시 김태희는 무려 과 전체에서 두 번째로 예쁜 학생이었다고 전해진다. 의류학과 여학우들의 미모 수준이 워낙 높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옷을 그다지 잘 입지 못했다는 점이 감점 요인이었다고 한다.

그 예쁜 얼굴로도 소화할 수 없는 코디, 심지어 김태희에게 2등의 자리를 안겨준 패션 센스라니. 쉽사리 상상이 되지는 않는다,

>>  김태희, ‘김태희’가 되다


김태희는 2000년 ‘화이트’ 모델로 선발돼 시청자들에게 처음 눈도장을 찍었다. 이십대 초반, 여대생 김태희의 풋풋하면서도 활기찬 모습을 담은 CF는 20초라는 짧은 시간에도 임팩트를 남기기에 충분했다.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연예관계자들에게도 톡톡히 눈도장을 찍은 김태희는 2001년 영화 ‘선물’과 2002년 시트콤 ‘렛츠고’를 기점으로 점차 연예 활동의 폭을 넓혀갔다.

김태희라는 이름 석 자가 시청자들의 뇌리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은 2003년 SBS 미니시리즈 ‘천국의 계단’에서부터였다. 여주인공인 최지우의 ‘한정서’보다 돋보이는 악녀 ‘한유리’를 연기해낸 김태희는 ‘2004년이 기대되는 여배우’로 이름을 올리는 등 연기자로서의 면모를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각종 영화와 드라마, CF를 통해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혀갔다. 특히 광고계에서 김태희의 존재는 단연 독보적이었다. 데뷔 이래 김태희가 촬영한 CF는 그 브랜드만 해도 40여 곳이 넘는다. 이는 최근 CF의 대세로 불리는 김연아나 수지, 소녀시대의 광고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절로 시선이 가는 예쁜 얼굴에 고급스러우면서도 부담이 없는 이미지, 분야에 국한하지 않는 다양한 매력은 김태희를 오랜 시간 CF퀸으로 군림하게 해주었다. 여배우의 성역으로 불리는 화장품에서부터 커피와 건강음료같은 식품은 물론 디지털 카메라, 세탁기 등의 전자제품과 기업 광고 등 그 종류만 해도 손으로 꼽기가 힘들다.


시청자는 물론, 광고주들에게도 김태희는 독보적인 존재다. 이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헤라’ 모델 발탁에 관한 스토리다. ‘아모레퍼시픽’은 사명 변경 이후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고심을 쏟고 있었고, 이를 해결해 줄 모델로 당시 LG생활건강의 ‘오휘’로 CF 효과를 인정 받으며 최대의 주가를 올리고 있었던 김태희를 물망에 올렸다.

김태희의 스카웃을 위해 아모레퍼시픽에서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김태희와 오휘의 계약 만료 시점을 진중하게 기다렸고, 5년간 50억이라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광고료도 제시했다. 이러한 부단한 노력에 힘입어 아모레퍼시픽은 김태희를 ‘헤라’의 뮤즈로 삼을 수 있었다.


고급 화장품이라는 인식이 절실했던 헤라는 대중적인 이미지보다는 강한 이미지로 보다 확실하게 브랜드를 어필하고자 했다. 이에 스토리 형식으로 기획된 첫 CF에서 김태희의 아름다운 외모를 최대한 강조하려는 듯 진한 색조와 볼드한 액세서리로 다소 난해한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첫 광고에서부터 화장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줄을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 속 립스틱은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며 김태희 효과를 각인시켰다.

이에 자극을 받은 듯 헤라는 김태희를 팔색조처럼 다양하게 변신시켰다. 돌고 도는 다양한 스타일링과 콘셉트는 마침내 김태희의 마지막 헤라 광고였던 미백라인에서 포텐이 터졌다. 김태희의 깨끗하고 맑은 이미지가 희고 매끄러운 피부를 원하는 여성 소비자의 기대 심리를 제대로 자극한 것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헤라 광고계약이 종료된 2011년 LG생활건강에서 김태희를 되찾았다는 사실이다. 오매불망 계약이 끝나기만을 벼르고 있었던 것일까. 빈틈없이 계약을 준비한 LG생활건강 덕분에 현재 김태희는 ‘오휘’와 ‘엘라스틴’ 두 개의 코스메틱 브랜드 모델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예 ‘김태희’의 이름을 달고나온 CF도 많았다. LG전자 싸이언의 슬림 지상파 DMB폰 광고에서는 DMB의 부담스러운 크기와 디자인을 지적하며 “DMB계의 김태희를 만들자”고 했다. 광동제약은 ‘김태희와 경쟁하라’와 ‘보름달도 탐내는 김태희의 브이라인’이라는 주제로 김태희의 외모를 보다 전면에 내세웠다. 김태희라는 이름 세 글자가 가지는 파급력을 정확하게 파악해 활용한 것이었다.

>> 배우로서의 김태희


김태희는 이제 데뷔 14년차다. 어느덧 연륜을 갖춘 배우 반열에 들어선 그의 뒤에는 항상 연기력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다. 완벽한 외모를 지녔기에 더욱 아쉬웠던 것일까. 김태희의 연기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딱 그의 외모에 너그러운 만큼 엄했다.

최근 김태희는 한 인터뷰에서 과거의 기억에 대해 털어놓은 적이 있다. 치아교정을 하기 전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넌 웃을 때 빼고 다 예뻐”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한 두 번도 아니고 마치 입을 모은 듯 하는 말이 신경 쓰여 어린 김태희는 제대로 웃지 못했다. 자연스러워야 할 감정표현을 의식적으로 틀어막은 것이다.


연예계에 데뷔하고서는 전문가들과 함께 아름다운 웃는 얼굴을 연구하고 배웠지만 그것은 온전히 ‘보이기 위한’ 미소였다. 아무리 과거라고는 하지만 지금의 김태희는 과연 “웃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기분을 완전히 잊어버렸을까. 아직도 선명히 남아있는 그 때의 기억이 김태희의 감정표현을 틀어쥐고 있다고 한다면 확대해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그의 인생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만큼 커다란 사건이었음은 분명하다.

물론 한 배우의 개인적인 상황을 모두 이해해줄 수 있을 만큼 시청자는 관대하지 못하다. 김태희의 연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표정 연기의 패턴이 빈약하고 말투가 아나운서만큼 경직되어 있다는 혹평을 전했다. 극의 몰입을 방해할 정도라고 평가된 연기에 작품의 흥행력도 지지부진했다. 특히 영화 쪽의 필모그래피 기록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일부 제작사에서는 김태희의 외모에 너무 의존하는 경우도 있어 더 그랬다. 이렇게 인기 많고 아름다운 배우가 출연하는데 흥행이 실패할 리가 없다는 안일한 사고가 기획까지 이어진 것이다. 허술한 스토리에 매끄럽지 못한 연출이 더해진 작품들은 김태희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를 바닥까지 끌어내렸다.

어쩌면 연기를 포기하고 CF에만 출연하는 것이 김태희의 이미지나 커리어를 위해서도 더 나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태희는 덮어놓고 욕을 듣게 된 상황에도 꾸준히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의 끈을 놓지 않았다. ‘울산의 김태희’, ‘학원가의 김태희’였던 그다. 만년 모범생으로 칭찬만을 들어왔는데 연기자로 데뷔한 이래로는 연기력논란만 가중되었으니 오기가 발동했을 법도 하다.


이런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인지 2009년 KBS ‘아이리스’에서는 김태희의 연기력 논란이 눈에 띄게 잠잠해졌다. 연기력 쇄신에 앞서 스턴트맨 대체를 하지 않는 투혼으로 칭찬이 줄 잇기도 했다.

2011 MBC ‘마이 프린세스’에서는 과거의 한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철저하게 망가지는 푼수 대학생 캐릭터를 선보였다. 발랄한 모습이 오히려 꾸며내려 애썼던 이전보다 더 자연스럽다는 평가를 얻으며 점차 배우로서의 김태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 갔다.


일본 후지TV ‘나와 스타의 99일’에 여주인공으로 캐스팅 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시 일본의 혐한들이 과거 김태희가 독도수호운동을 벌인 것을 트집 잡아 시위를 벌였고, 또 동시간대에는 일본 최고의 인기 스타 기무라 타쿠야가 주연을 맡은 TBS ‘남극대륙’과 경쟁해야하는 상황이었지만 드라마의 반응은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니시지마 히데토시와 호흡을 맞춘 ‘나와 스타의 99일’은 시청률 10%를 웃도는 성적으로 일본 전역에 김태희의 존재를 알렸다.

이처럼 꾸준한 노력과 시도로 김태희는 차근차근 연기력 논란을 잠재워가고 있다. 어쩌면 앞으로는 지금의 ‘김태희’보다 다른 의미의 ‘김태희’가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각인될 지도 모를 일이다.

>> 김태희, 그리고 장옥정


김태희의 서울대 선배이자 연기자 대 선배인 이순재는 “CF로 엄청난 돈을 벌었기에 작품이 끝나면 어디로든 놀러 다닐 법도 한데 교수에게 찾아가 연기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면 발전가능성이 있다”고 칭찬했다. 서울대 출신답게 연기도 책을 펼쳐놓고 공부한다는 김태희. 그에게 부족한 건 연기가 아니라 경험, 즉 인생 공부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김태희는 자신의 연기력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김태희는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적은 나이도 아니고 연기가 무르익어 절정을 넘어서야 하는데 나는 연기 절정기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작품에 대한 부담과 욕심을 동시에 드러냈다. “정확히 어느 지점에 왔다는 건 잘 모르겠다. 발전하고 싶고 더 무르익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심경이었다.

아무리 인기가 많은 여배우라도 30대에 들어서면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면 맡을 수 있는 역할의 폭이 좁아지는데다 하나 둘 치고 올라오는 어린 후배의 기세도 신경이 쓰인다. 더군다나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연기력 논란의 중앙에 선 김태희다. 그런 김태희에게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실로 위험한 도전이라 함직했다.


장희빈이라는 캐릭터는 이미 아홉 편의 작품에 등장했을 만큼 대중에게 사랑받는, 혹은 미움을 받는 역할이다. 이미 대중에게 각인될 만큼 각인된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은 앞선 여덟 명의 배우들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김태희는 과감하게 생애 첫 사극에 도전장을 냈다. 선배들과 정면으로 맞서겠노라고 선언한 셈이었다.

이 같은 김태희의 자신감에는 작품에 대한 신뢰가 전적으로 밑받침되어 있었다. 장희빈이 조선 최고 패션 디자이너였다는 설정으로 정치적이거나 계산적인 이야기 대신 여인과 예인으로서 삶을 그렸다는 점에 김태희는 큰 매력을 느꼈다. 이는 시청자들에게도 어필해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앞선 장희빈 출연작들과는 다른 과감한 해석으로 방영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사극과 로맨스가 적절하게 어우러진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김태희의 매력을 십분 살린 작품이라고 봐도 좋았다. 패션 디자이너, 착한 장희빈이라는 설정답게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기회도 많았고, 무엇보다 상대역인 유아인과의 호흡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궁궐이라는 다소 무겁고 진중한 장소에서도 가슴이 절로 설렐 만큼 달콤하게 이어지는 두 사람의 로맨스는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으며 한 회 한 회 순항해나갔다.

다만 두 사람의 로맨스 이외의 부분에서는 수많은 논란이 불거졌다. 장희빈을 미화하는 과정에서 역사 왜곡 문제가 제기되었고,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한 스토리텔링도 커다란 구멍으로 지적됐다. 역대 장희빈 중 가장 초라한 성적으로 장희빈의 ‘흥행불패신화’를 깨뜨린 최초의 작품이라는 오명을 안기도 했다. 그렇지만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실패작으로 매듭짓기는 아쉽다. 장희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라는 시도는 앞으로도 꾸준히 회자될 만큼 신선한 시도였다.


무엇보다 김태희라는 배우의 가능성과 위치를 재발견한 작품이라는 데 의의가 크다. ‘마이 프린세스’ 이후 2년여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작으로 사극인 ‘장옥정’을 선택한 김태희는 연기력에 대한 우려와 달리 자신만의 새로운 장희빈을 해석해보였다. 한 남자를 끊임없이 연모하는 여인의 모습과 자식을 잃은 모성애,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한 야망 등 다채로운 연기는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그간의 편견을 불식하기 충분했다.

시청자의 긍정적인 평가에 김태희는 “매우 감사하다”며 “촬영이 정말 힘들어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기뻤다. 열심히, 또 진정성 있게 연기하면 결국 알아봐주시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분명 실패한 점은 있었지만, 그렇기에 이처럼 성공한 부분이 돋보이기도 하는 것이리라. 그렇기에 김태희 이후 새로운 ‘10대 장희빈’이 더욱 기대된다.

>> 제 2의 김태희는 등장할 수 있을까


평김태희의 존재감은 친동생인 이완이 입대했을 때의 에피소드만 들어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완이 홍보지원대로 전입했을 때 부대는 사병부터 간부까지 난리가 났었다. 김태희가 면회를 온 날은 마치 부대 축제가 열린 것처럼 떠들썩했고, 이 같은 성원에 힘입어 국군방송에 출연하기까지 이르렀다. 김태희가 아니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실제로 김태희를 만날 수 없는 아쉬움에 사인에 대한 요청도 쇄도했다. 덕분에 김태희는 이완이 휴가를 나올 때마다 약 300장의 사인을 택배로 부쳐야했다. 그렇게 김태희의 사인을 손에 넣은 육군 장병들이 2000여명에 달한다고 하니 이완이 얼마나 편안한 군생활을 했을지 짐작이 갈 것도 같다.


지금껏 수 많은 배우들이 ‘제 2의 김태희’를 꿈꿔왔다. 하지만 대부분이 제대로 된 활동도 펼쳐보지 못한 채 꿈을 접어야했다. 이제와 너무도 친숙해진 그이기에 깨닫고 있지 못할 뿐 사실 김태희란 이름이 갖는 의미는 너무나 크다. 수많은 논란들, 그리고 맹목적인 칭찬들. 하루가 멀다하고 반복되는 이 양날의 검은 오로이 김태희이기에 짊어질 수 있는 것들이었다.

김태희처럼 예쁜 배우라면 얼마든지 나올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김태희보다 더 예쁠 지도 모르고, 더 연기를 잘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언컨대 제 2의 김태희는 절대 없을 것이다. 김태희는 김태희 한명 뿐이다. (사진출처: w스타뉴스 DB, KBS ‘아이리스’, MBC ‘연예가중계’ ‘MBC스페셜 태희의 재발견’, MBC 에브리원 ‘스타 더 시크릿’,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한밤의 TV연예’, 후지TV ‘나와 스타의 99일’ 방송캡처, 알레르망, 오휘, 옥수수수염차, 올림푸스, 이사베이 드 파리, 프렌치카페 커피믹스, 한화, 헤라, BC카드, LG전자 CF)

한경닷컴 w스타뉴스 기사제보 news@w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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