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중심 사회로 가는 방안, 11월 인재포럼서 본격 논의
포스코는 1997년 3후판 공장을 새로 지은 직후 골치 아픈 문제에 직면했다. 철강재를 후판으로 만드는 압연기의 핵심 부품인 스크루와 베어링이 마찰과 열로 인해 계속 부서져 나갔다. 압연기 공급업체인 일본 미쓰비시 기술진도 두 손을 든 이 문제를 1977년 고졸 사원으로 들어와 생산설비 정비만 해온 현장 직원 김영식 씨(현재 과장급인 총괄직·59)가 해결했다. 문제 해결 현장을 지켜보던 일본과 독일의 기술자들은 그에게 “당신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김 총괄직은 수많은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신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대한민국 명장(名匠)에 올랐고 숙련기술자 최고 포상인 은탑산업훈장도 받았다. 그는 “숙련기술인들이 현장에서 역할을 다할 수 있으려면 정당하게 대우하고 존경해 주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입 위주 교육열이 낳은 학벌주의
지난달 29일 교육부가 발표한 지난해 기준 대학 졸업자 취업률은 55%다. 청년 실업자는 3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젊은 명장을 키우기 위해 2010년부터 설립되기 시작한 마이스터고가 지난 2월 배출한 첫 졸업생의 취업률은 90.3%다.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근면·성실과 교육열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지만 높은 교육열은 학벌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서승직 인하대 건축학과 교수(전 국제기능올림픽 기술대표)는 “기술의 중요성은 무시한 채 대학 입학을 교육의 목표로 삼는 정서가 대졸자를 고학력 실업자로 만드는 모순을 낳았다”고 진단했다.
박재환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 대학을 안 가도 사회적 차별 없이 적성에 맞는 직업을 갖고 살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은 대학 학비가 거의 들지 않지만 대학 진학률이 40%를 밑도는 것은 직업교육을 받고 취업한 이후 능력을 키우는 것으로도 충분히 높은 임금과 사회적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직업 고민하는 청소년 늘어
전문가들은 직업이나 능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젊은 세대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능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5월 발표한 ‘2013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의 가장 큰 고민은 공부(32.9%)와 직업(25.7%)으로 나타났다. 공부가 우선 순위임은 여전했지만 10년 전인 2003년 통계(공부 38%, 직업 6.9%)와 비교하면 직업에 대한 고민이 세 배 이상 늘어났다.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을 받으려는 이유로 43%가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라고 응답했고 ‘자신의 능력과 소질을 계발하기 위해’라는 응답도 34.3%였다.
박근혜 정부는 주요 국정과제로 ‘학력이 아닌 능력 중심 사회 만들기’를 내걸고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개발, 한국형 일·학습 듀얼시스템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NCS는 수백가지 직업에 필요한 능력을 체계화해 교육 과정과 자격 제도를 현장 중심으로 개편하는 제도다. 오는 11월5~7일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3에선 맞춤형 교육훈련 기반의 NCS를 통해 노동시장의 불일치를 해소하고 능력중심사회를 열어가는 방안을 논의하는 세션(트랙C 1세션-능력중심 사회를 만든다)도 마련돼 있다. 송영중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세션 좌장을 맡았다.
이기우 인천재능대 총장(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현장 실무형 직업교육이 강화되면 기술 전문가에 대한 대우와 사회적 인식이 높아져 국가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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