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해외 선교 100년…아프리카 오지를 품다

입력 2013-09-03 17:14   수정 2013-09-04 02:04

(2) 치유센터 '틴 챌린지' 운영 송릴리 부부
마약 청소년 보듬은 '잠비아 천사'
12개월 함께 숙식하며 7단계로 나누어 치료




아프리카 남부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에서 남쪽으로 44㎞ 떨어진 공업도시 카푸에. 도심에서 벗어나 잡초가 무성한 들판 가운데로 난 비포장도로를 따라 5분쯤 들어가자 아담한 단독주택 한 채가 나타났다. 한국인 송릴리 씨(39)와 현지인 의사 와푸카 씨(41) 부부가 마약과 술에 중독된 젊은이들을 위해 운영하는 치유센터 ‘틴 챌린지(Teen Challenge) 잠비아’다.

‘틴 챌린지’는 미국인 데이비드 윌킨슨이 결손 가정 등의 청소년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낙오자가 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설립한 국제 봉사단체다. 송씨 부부는 아프리카 남부 스와질란드에서 ‘틴 챌린지’ 활동을 하다 잠비아로 왔다.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서자 키가 껑충한 흑인 청년 7~8명이 어색한 웃음으로 반겨준다. 겉보기엔 여느 청년들과 다를 바 없다. 송씨 부부가 한국에서 온 손님들이라고 소개하자 선뜻 받아들이고 성가실 수도 있는 사진 취재에도 협조해준다. 하지만 이들이 처음부터 고분고분한 건 아니었다. 거리에서 자라거나 생활한 아이들은 성격도 행동도 거칠었다.

송씨 부부는 이들이 자신의 삶과 생활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해 나쁜 상황이 악순환되는 것을 막기 위해 12개월 동안 숙식을 같이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마약이나 술 중독자가 스스로 선택해 중독 이전의 정상적인 마음상태를 회복하는 게 목표다. 이 프로그램은 7단계로 진행된다. 처음 10주 동안 친척도 만나지 않고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초기과정에 이어 월 1회 직원과 동행해 시내 나들이를 할 수 있는 초기 후 과정, 혼자 시내 나들이를 할 수 있는 3단계, 10주 가운에 절반은 센터에서 절반은 집에서 생활하는 4단계, 일상생활을 점검해 혼자서도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졸업시키는 5단계 등으로 이어진다.

송씨는 “1년간의 훈련 과정에서 탈락하는 학생이 많지만 여기서 배운 만큼 삶이 변화하는 것을 보고 적잖은 사람들이 물어 물어서 찾아온다”며 뿌듯해했다. 이들 부부는 센터에 오는 아이들을 ‘중독자’라고 하지 않고 ‘학생’이라고 부른다. 이런 배려와 사랑이 거친 아이들의 마음과 행동을 바꿔놓지 않았을까. 와푸카 씨의 아이들 걱정이 태산이다.

“잠비아 사람들의 술과 마약 중독은 정말 심각합니다. 예전에는 마약이 거쳐 가는 중개지였지만 지금은 마약 소비국이 됐어요. 사람들이 마약을 하고 있는 걸 뻔히 보면서도 경찰이 제지하지 못할 만큼 마약이 성행하고 중독자들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들고 있죠. 마리화나나 카나비스에 중독된 초등학생도 있을 정도니까요. 술 또한 어린이가 아무런 제한 없이 살 수 있어서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고요.”

두 사람의 결혼 스토리가 궁금했다. “제가 아프리카 남부 스와질란드에서 2003년 말부터 ‘틴 챌린지’ 활동을 6년간 했는데 거기서 남편을 만났죠. 서로 안 지 7개월 만에 남편이 데이트 신청을 했고 이듬해 10월에 결혼했죠.”

와푸카 씨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아내는 매우 아름답다. 뿐만 아니라 아내가 가진 믿음과 아프리카에 오기 위해 했던 노력과 기도를 듣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안정된 삶을 버리고 거리의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흑인 의사와 그를 돕는 한국인 아내, 이들이 바로 검은 대륙의 천사가 아닐까.

강남진·허일봉 선교사는 의료봉사 앞장

잠비아의 공업도시 카푸에에는 또 다른 천사들이 있다. 주택가 바로 옆 너른 평지에 자리한 임마누엘교회를 중심으로 고아원을 운영하며 의료선교를 하고 있는 강남진 목사(71)·임명호 선교사(64) 부부다. 강 목사는 쉰두 살이던 1994년 잠비아로 왔고, 임 선교사는 이보다 1년 먼저 아프리카를 품었다.

이들이 이곳에 확보한 땅은 60만㎡. 현지인 신자 30여명이 주일예배 때 모이는 교회를 운영하고, 고아원에선 아이들을 돌본다. 임 선교사는 현지 정부에 간호사로 등록해 가난한 사람들의 병을 치료해주고 있다. 하루 찾아오는 환자는 20여명.

잠비아 수도 루사카에서 서쪽으로 8㎞ 떨어진 지역에서 치소모병원을 운영하는 허일봉(46)·전미령(56·여) 선교사 부부는 각각 1990년, 1987년 보츠와나에 선교사로 파견됐다.

1993년 잠비아로 온 이들은 이동전도 진료를 하다 유치원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2005년 루사카 외곽에 20.7에이커의 땅을 샀다.

‘은혜’라는 뜻의 현재 병원은 2010년 개원했다. 전 선교사는 “고령자와 거리의 아이들, 고아들을 위한 무료 진료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카푸에(잠비아)=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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