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차원에서 자금을 운용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 일본, 동남아 신흥국과 한국을 비교하면서 투자 패턴을 바꿔왔다.
올초에는 성장세가 두드러진 일본시장 주식을 ‘사고’ 한국시장 주식을 ‘파는’ 행태를 보였지만 지난달부터는 인도ㆍ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뺀 자금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한국시장으로 옮기는 모습이 뚜렷하다.
외국인은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14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가시화되고 있지만 한국시장에선 외국인이 8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이 기간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 규모는 1조8224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8677억원)를 비롯해 네이버(3265억원), 현대차(2299억원), 기아차(1498억원) 등 시장지배적 우량 종목을 집중적으로 샀다. 삼성중공업이나 KCC, 고려아연과 같은 소재주도 외국인 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인도·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빠진 자금 중 상당액이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하면서도 저평가된 한국 증시로 몰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선 지난 8월 한 달간 각각 9억4653만달러와 54억2262만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유출됐다. 그러나 한국에선 20억5162만달러의 외국인 순매수가 발생했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동남아 신흥시장에 돈이 몰릴 때 한국은 중국·대만과 ‘한 패’로 묶이면서 디커플링(탈동조화) 피해를 봤고 올 들어선 경기부양책을 강하게 쓴 일본과 대비되면서 자금이 일본으로 쏠렸다”며 “그동안 한국 증시는 외국인의 투자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왔지만 동남아 위기 이후로는 안전한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동남아 신흥시장에서 회수한 자금을 한국시장에 투자하는 추세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더라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기대가 많다.
윤희은/김동욱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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