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실 "용역입찰에 사장이 외압" 권익위에 신고
장영철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이 캠코의 용역업체 선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정업체를 선정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장 사장은 정당한 업무지시였다고 반박해 이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권익위, “장영철 사장 입찰 개입”
국민권익위원회는 3일 장 사장이 알선·청탁 등을 금지한 캠코의 임직원 행동강령 제23조를 위반했으며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권익위는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캠코는 지난 6월20일 36억원 규모 국민행복기금 무담보채권서류 인수·실사 및 전자문서화(DIPS) 용역 입찰공고를 냈다. 장 사장은 업체선정 평가 하루 전인 7월1일 지인이 대표로 있는 K사가 입찰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담당 이사에게 유선전화로 알렸다. K사 대표 윤모씨와 장 사장은 행정고시 24회 동기다.
담당 이사와 부장은 그 다음날 실시된 평가에서 K사에 최고 점수를 주는 등 영향력을 행사해 7월3일 K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는 게 권익위 판단이다. 다만 K사는 이후 캠코 내부감사에서 ‘정부재투자기관’이라고 허위 기재한 것이 드러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당했다.
이에 대해 장 사장과 캠코 임직원은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 사장은 “특정 업체를 잘 봐주라는 지시가 아니라, 해당 업체가 참여하는 입찰이 무엇인지 묻고 신규 참여 업체가 입찰 공정성을 우려하고 있으니 최대한 공정하게 진행하라고 당부한 것일 뿐”이라며 “정당한 업무 지시”라고 강조했다. 캠코 부장단과 노동조합도 앞서 장 사장의 무고함을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캠코, “표적감사…억울”
장 사장을 비롯한 캠코 관계자들은 오히려 감사원과 권익위원회가 이 문제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탈락업체의 로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반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감사원이 탈락업체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감사원 출신인 송기국 캠코 감사를 통해 ‘표적 감사’를 벌였다는 주장이다.
장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통상 무기명 투서가 그렇게 빨리 전달되지 않는데 입찰 발표 바로 다음날(7월5일) 그 내용으로 내부 감사를 시작해 2주 정도 감사를 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송 감사가 감사원 사무총장(김영호)에게 무기명 투서 내용을 팩스로 전달받았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감사원 사무총장이 표적감사를 진두지휘했다는 주장이다.
장 사장 측은 “감사 과정에서 송 감사가 직원들에게 진술서 서명을 강요하고, 통화기록을 무단으로 열람하는 등 무리하게 감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캠코 직원들은 강압적인 감사를 받았다며 지난달 22일 권익위에 송 감사 등을 다시 신고했다.
장 사장과 송 감사의 ‘캠코 내 집안싸움’이 감사원과 권익위로 불길이 옮겨 붙고 있는데 막상 캠코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는 이 문제에 대해 특별히 개입할 것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기관인 권익위가 사실관계를 조사한 것을 존중한다”며 “장 사장의 임명권을 갖고 있는 것은 대통령이고 이사 및 부장 등 임직원에 대한 임명권은 장 사장에게 있기 때문에 청와대와 캠코 측에 권익위의 통보 내용을 다시 전달하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일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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