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만 하는 엄마보다 일하는 모습 보여주고 싶었어요"

입력 2013-09-03 17:39   수정 2013-09-04 02:07

CJ리턴십 17대1 경쟁 뚫고 직장 찾은 엄마들

CJ 경력단절여성 재취업프로그램
"우린 주부이기 전에 경력직 사원, 합격 사실 알리니 남편이 좋아해"



“집에서 잔소리만 하는 것보다 일을 하며 엄마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CJ리턴십을 통해 CJ제일제당에서 일하게 된 이혜연 씨(45)는 “초등학생인 둘째 아들이 벌써 자랑스러워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를 비롯한 김시애(39) 홍유경(35) 씨 등 세 명의 리턴십 합격자는 최근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단절됐던 경력을 이어나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리턴십은 육아와 출산 때문에 직장을 떠나야 했던 여성 인력을 대상으로 마련된 여성 인력 재취업 프로그램이다. CJ의 경우 지난 7월 지원서 접수 결과 2530명이 몰려 1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재취업자 157명은 지난 2일부터 제일제당 오쇼핑 E&M CGV 올리브영 등 CJ그룹 내 10개 주요 계열사의 32개 직무분야에서 일을 시작했다. 6주간의 인턴 수행 결과에 따라 정규직 취업이 최종 결정된다.

이씨는 이화여대 약학과를 졸업한 뒤 종근당 중앙연구소 기획실에서 5년2개월간 근무한 약사다. 이씨는 2002년 결혼 후 퇴직한 뒤 11년간 주부로 살았다. 이씨가 다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지난해 말. 그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큰아들이 진로고민을 하는데 엄마로서 해줄 게 별로 없어 아쉬웠다”며 “그때 회사에서 전문적인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아이가 생각하는 폭이 더 넓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CJ E&M에서 영화 기획업무를 맡게 된 홍씨는 “주부를 뽑은 것이 특이하긴 하지만 결국 경력직 사원을 뽑은 것”이라며 “회사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비스티보이즈’ ‘황금나침반’ 등 100여편 영화의 기획과 마케팅에 참여했던 영화 전문가다.

미국 유니온오일과의 합작회사 한화에너지(현 포스코에너지)에서 10년간 일했던 김씨는 제일제당 직원들의 영어교육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에 투입된다. 그는 “외국인 임원과의 회의를 함께 준비하며 직군마다 서로 다른 영어를 쓴다는 것을 알았다”며 “CJ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들의 취업 과정에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가족이다. 김씨는 “합격할 때까지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못했다”며 “합격 후 어렵게 남편에게 말했더니 굉장히 좋아했다”고 전했다. 홍씨도 “채용설명회 필기시험 면접 등에 갈 때마다 남편이 휴가를 내고 아이를 돌봐줬다”고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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