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과세 같은 기업 규제로 세금을 확보하는 것보다는 법인세를 더 물리는 게 차라리 낫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사진)은 4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경제 재도약 중견기업에서 찾다’는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중견기업이 가장 큰 부담으로 여기는 애로사항으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과세’와 ‘가업 승계시 과도한 세금 징수’를 꼽았다.
◆“세수 확보에 법인세가 효과적”
강 회장은 “중견기업이 부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액은 약 400억원, 향후 3년간 추산되는 중견기업 상속 관련 세금은 2250억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견기업의 평균 법인세율은 매출액 대비 1.05% 수준이고 2011년 한 해 동안 걷힌 법인세는 3조9500억원”이라며 “만약 법인세율을 매출액 대비 1.1%로 높이면 세수 증대 효과는 1884억원이고, 1.15%로 올리면 3768억원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이 ‘법인세 인상’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과세의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편법 상속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 대해서까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차라리 이익을 내는 기업들이 ‘십시일반’으로 세금을 조금 더 내는 것이 과세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실제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유태경 루멘스 사장은 ‘중견기업의 분야별 애로사항’ 주제발표에서 ‘일감 몰아주기’ 과세의 부당성을 설명했다. 그는 자동차 부품 기업을 예로 들며 “수입에 의존하던 자동차 부품을 국산화한 회사가 안정적인 부품 수급의 필요성이 커 자회사를 설립하고 납품받았는데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 걸려 순이익의 25.7%를 증여세로 납부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유 사장은 가업 승계에 대해서도 “매출 5000억원대의 한 정보기술(IT) 기업은 상속세가 400억원에 달한다”며 “대주주가 세금을 내려면 지분의 절반가량을 팔아야 하는 처지”라며 “지속 가능한 경영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견기업 경쟁력강화위 설치”
김철영 미래나노텍 사장은 “중견기업이 은행 대출을 받을 때는 대기업 취급을 받는다”며 “추가 담보 요구를 받거나 대출금리가 올라가는 등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발생하는 자금조달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정구용 인지컨트롤스 회장은 “중견기업은 연구개발자 등 고급 인력은 대기업을 선호하고 신입사원은 중견기업을 기피하고 기존 임직원마저 이탈하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병역특례에서도 제외되거나 우선 지원 대상에서 빠져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종영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견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하려면 종합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심의기구가 필요하다”며 ‘중견기업 경쟁력강화위원회’ 설치를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6월부터 네 차례 열린 정책토론회를 종합 정리하고 세부 입법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중견기업인 500여명과 국회의원 10여명,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유장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 등 정부 측 인사도 참석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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