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줄여라"…은행들 '초비상'

입력 2013-09-04 17:24   수정 2013-09-05 04:52

당국 "매달 정리실적 내라"…구조조정 기업 도왔더니 '날벼락'


금융감독원이 국내 18개 은행에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을 대거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연말 목표로 하는 부실채권비율을 설정하고 매달 부실채권 정리 실적도 제출토록 했다. 은행들은 STX그룹 등 조선·해운·건설업체 구조조정 지원 등으로 부실채권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어서 이를 줄이기 쉽지 않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당국 “연말까지 부실 털어내야”

금감원은 최근 국내 18개 은행에 공문을 보내 올 연말 목표 부실채권비율 및 부실채권 정리계획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부실채권 정리계획에 따른 월별 부실채권 매각 및 상각 실적도 제출토록 했다. 부실채권비율은 총 여신 중 고정이하 여신(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은행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다.

금감원 관계자는 “STX와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등에 대한 구조조정 지원으로 부실채권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어서 선제적으로 부실을 털어내지 않으면 앞으로 은행권의 손실 흡수 능력이 더 약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를 위해 금융당국과 협의해 은행마다 세부 부실채권 정리 계획을 마련토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다만 은행권 전체 목표 부실채권비율을 원칙적으로 1.4%로 정했다. 은행권 부실채권이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 점을 반영해 종전 1.3%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 6월 말 은행권 평균 부실채권 비율(1.73%)보다 0.3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목표치는 은행권 평균으로 은행마다 기업금융 비중 등의 특성을 반영해 조금씩 다르게 적용된다.

◆“구조조정 기업 도왔더니…”

금감원은 올 연말까지 부실채권 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은행별로 양해각서(MOU)를 맺고 집중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부실채권 상각 및 매각 계획을 마련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우리은행은 6월 말 2.9%인 부실채권비율을 올 연말까지 2.5% 안팎으로, 국민은행은 1.92%에서 1% 중반대로 끌어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은 속으로 답답해하고 있다. 경기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 및 가계 관련 부실채권을 한꺼번에 털어내기가 쉽지 않아서다. 부실채권이 넘쳐나면서 제값에 사줄 곳이 마땅치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기업들에 대한 채권은 채권금융회사 협약에 묶여 있어 정리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업금융 비중이 큰 은행들은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기업 지원에 동참해달라는 금융당국의 요청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업 여신을 늘려왔는데, 이제는 부실채권비율이 높아졌다고 질책을 받게 됐다”며 “기업 대출이 많은 은행들에 대해선 별도의 건전성 감독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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