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행 과정서 욕설·고성…5일 구속될 듯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헌정 사상 첫 현역 국회의원이 연루된 ‘내란음모’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 의원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구인 작업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구인 과정에서 국정원과 통진당 관계자들 사이에 주먹다짐,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는 등 아수라장이 연출됐다.
◆통진당 반발…김재연 의원 실신
오후 4시30분께 체포동의안이 처리된 지 2시간50여분 만에 국회 의원회관으로 들이닥친 국정원 직원들은 통진당 당직자들과의 격렬한 몸싸움 끝에 어렵사리 이 의원 신병 확보에 성공했다.
국정원 측은 ‘도주 우려’ 때문에 강제 구인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 보좌관과 통진당 당직자들이 구인에 나선 국정원 직원 및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520호 이 의원실 출입문이 고장나고 김재연 의원이 실신 하기도 했다고 홍성규 통진당 대변인이 전했다.
이 의원은 사무실에서 50여분간 대치한 뒤 변호인단이 도착한 오후 8시12분께 구인 절차에 응했다. 이 의원은 같은 당 김선동 의원 등과 함께 자진해서 의원실에서 나왔으며, “국정원 공작정치가 심화될 것이며 진실과 정의는 반드시 성공한다”고 말했다. 8시30분께 호송차에 올랐고 9시20분께 구인장을 발부한 수원지법에 도착했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취재진에 “갑작스럽게 국정원이 와서 충돌이 예상돼 자진해서 왔다. 조사에 담담하게 임하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인치 장소인 수원지법 411호 영장심문실로 이송된 뒤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이송됐다. 이 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5일 오전 10시30분 수원지법에서 진행된다.
홍성규 대변인은 이 의원이 구인된 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원이 사법 절차가 진행되면 결코 피하지 않겠다고 했는 데도 구인장을 들고 의원실에 난입해 폭력 진압했다”며 “국정원은 넘어오지 못할 다리를 건넜다”고 발표했다.
◆종북세력과 선그은 민주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해 ‘당론 찬성’으로 결정했다. 김한길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 적을 위해 대한민국과 싸우겠다는 자들은 바로 우리와 우리 자식들에게 등 뒤에서 비수를 꽂겠다는 세력으로, 용서할 수 없다”며 체포동의안을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중지가 모아졌다.
자칫 체포동의안 처리에 뜸들인다는 인상을 주게 되면 ‘종북 감싸기’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종북과 선을 긋고 단호한 모습을 보여 국정원 정치개입 이슈를 재점화하겠다는 판단이다. 민주당은 종북세력의 국회 진출에 대해 야권연대 책임론을 제기하는 새누리당에 단호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의사진행 발언에서 “이 사건을 신종 매카시즘의 빌미로 삼아 야당을 음해하고 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태도를 지적한다”고 했다.
◆19대국회 들어 세 번째 체포 동의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통과는 제헌국회 이후 12번째로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 처리된 사례로 기록됐다. 19대 국회 들어서는 박주선·현영희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이어 세 번째다. 제헌국회 이후 이번 이 의원 사태까지 정부가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한 것은 모두 53건(6대 국회까지 구속·구금동의안 포함)이다. 이 가운데 본회의를 통과한 체포동의안은 12건이다.
이정호/김재후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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