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국거래소 수장으로 부임하든 증시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긴 힘들게 됐다. ‘낙하산’으로 내려온 분이란 오명을 피하기 힘들게 됐으니….”(증권사 관계자)
석 달째 공석인 거래소 이사장 선임 절차가 다시 초읽기에 들어갔다. 거래소는 5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이사회를 열고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임추위는 26일 이사회를 열어 이사장 후보직에 공모한 11명을 3배수가량으로 추리고, 당일 주총에서 차기 이사장을 표결로 결정키로 했다. 금융위원장 제청과 대통령 임명이란 일정을 고려하더라도 10월 초면 새 이사장이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증권업계의 관심이 쏠린 ‘인사쇼’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나, 임추위원 면면을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임추위에서 증권업계 관계자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7명의 임추위원 중 증권업에 몸담고 있는 인사는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뿐이다.
거래소는 “이사장 후보들의 로비 가능성 때문에 임추위원은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말을 아꼈지만,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과 성계섭 전 BS투자증권 사장 등 증권사 사장 두 명이 임기만료로 물러난 사외이사 자리를 ‘정치권 입김’에 약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은 학계 인사들이 꿰찼다. 임추위원 자격이 있는 사외이사진이 올초 선임된 홍순직 전주비전대 총장과 안종태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 허창수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등 교수들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부 전문가 3인도 학계 인사 2인에 법무법인 관계자 1인으로 구성했다.
업계 대 비업계(학계) 비율이 3 대 4에서 1 대 6 기형적으로 바뀌면서 ‘객(客)’들이 ‘집주인’을 뽑는 꼴이 됐다. “우연찮게 업계 대표들만 임기가 만료된 탓”이라는 설명이지만 거래소가 61개 국내외 증권사 출자로 출발한 점을 고려하면 주주 홀대라는 평이다.
거래소 안팎의 군말도 적지 않다. “증권업계의 ‘독자 움직임’을 미연에 막고 낙점자를 안전하게 박아넣기 위해 정치권이 임추위 선정과정부터 손을 쓴 것”이라거나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올지 궁금하다”는 식의 쑥덕임도 끊이지 않는다. 관료 출신 ‘낙하산’ 논란으로 제동이 걸렸다가 우여곡절 끝에 3개월 만에 재개된 거래소 인사. 또다시 심판과 경기장이 바뀐 ‘모양새’가 되면서 자칫 새 정부 공공기관장 인선에 ‘흠집’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여의도를 맴돈다.
김동욱 증권부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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