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마다 정부개혁은 다 실패로 돌아갔다. 정권이 들어설 때는 규제를 없애겠다고 큰소리치지만 결과는 늘 그 반대였다. 정부 조직과 공무원 수도 계속 커져왔다. 박근혜 정부도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겠다고 한다.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로 가겠다는 것이다. 종래 규제시스템으로 보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다. 그런데 벌써 공무원 증원 소식이 들려온다. 네거티브 규제와 공무원 수 증원, 이 역설적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안전행정부는 박근혜 정부 5년간 공무원 수 억제를 공언하지만 안행부부터가 이미 신뢰를 상실한 마당이다.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역할부터 바로잡는 근본적 개혁 없이 아무리 네거티브 규제 운운해봐야 헛일이다. 정권마다 조직개편한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실패한 이유도 다 여기에 있다. 지금도 각 부처가 내놓는 네거티브 규제 로드맵을 보면 그야말로 속빈 강정이 따로 없다.
'네거티브 규제' 안 되는 이유
우선 네거티브 규제로 조직 자체의 위기감을 느끼는 부처들이 한둘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환경부 등이 바로 그런 곳들이다. 이들은 지금 정치권에서 쏟아지는 온갖 규제를 내심 고마워할지 모른다.
영양가도 없는 네거티브 규제 시늉만 내는 곳도 수두룩하다. 농민을 의식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의료계 눈치를 살피는 보건복지부 등 이미 이해집단에 발목을 잡힌 부처들이 그렇다. 개방은 곧 죽음이라고 생각하는 기득권 세력들은 네거티브 규제 기미라도 보이면 바로 결사투쟁에 돌입할 태세다.
여기에 규제와 진흥이 마구 뒤섞여 있는 부처들은 뭐가 뭔지 그 방향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위에서 네거티브 규제를 하라고 다그치자 중소기업청 같은 경우는 그 거리가 될 만한 것을 찾아내느라 헤맸던 기색이 역력하다. 정보통신기술(ICT) 규제·과학기술 규제 등을 네거티브로 바꾸겠다는 미래창조과학부는 단말기 보조금 등 필요한 규제는 신설·강화하겠다고 나오는 판이다.
규제와 더불어 큰 정부를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주범은 ‘진흥’이라는 이름의 사업들이다. 규제를 아무리 네거티브로 전환한들 동전의 양면인 진흥정책을 그대로 방치하는 한 아무 소용이 없다. 네거티브 규제로 기업투자를 촉진한다지만 진흥을 명목으로 정부가 시장에 뛰어들어 기업을 밀어내면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만다. 정부가 민간과 경쟁하거나 시장을 대신하겠다는 분야들이 바로 그렇다.
동전의 양면인 '진흥'도 손봐야
당장 창조경제를 내세워 각 부처가 벌이는 사업들을 보라. 무슨 펀드 발표만 나왔다 하면 모조리 정책금융이요, 관제펀드 일색이다. 엊그제까지 개혁이 필요하다던 공공기관들은 창조경제란 이름하에 일제히 일감 늘리기에 돌입했다. 아예 지식서비스산업은 공공기관이 다 빨아들이겠다고 작정한 기세다. 기술평가다, 기술지주회사다, 특허컨설팅이다 떠드는 게 죄다 그렇다. 10~20년 후 미래 먹거리를 연구하라고 만든 정부출연연구소들마저 정부는 창업을 하거나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라고 닦달을 해댄다. 그럴 바엔 연구소나 공공기관 다 없애고 민영화를 하면 훨씬 잘하지 않겠나.
이 땅에는 과거 베를린 장벽처럼 갇힌 ‘옛 동독형 산업’들이 아직도 즐비하다. 농업과 의료 등 서비스산업이 그렇다. 그 주무부처들의 진흥사업은 그들만의 폐쇄적 리그다. 밖에서 투자가 들어올까봐 문을 꽉 닫아 놓았으니 구조개혁도 필요 없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진흥 잔치다. 국가경쟁력이 뒷걸음질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남 탓 말고 정부부터 개혁하라.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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