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스토리 ?]한식 프랜차이즈는 절대 안된다고? Why not?…한식 레스토랑 '불고기브라더스'의 성공 레시피

입력 2013-09-06 09:45  

끝모를 불황의 터널에서도 남다른 노력과 혁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우뚝 선 성공기업들의 숨은 이야기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 발굴한 기업들의 생생한 성공스토리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도전과 위로가 되어 드릴 것입니다. <편집자 주>

#1 재즈 음악이 흐르는 레스토랑 안. 깔끔한 유니폼을 입은 서버가 식전 무료 메뉴로 옥수수빵을 내온다. 생일을 맞은 손님이 있다고 하자 이번에는 미역국이 제공된다. 축하 시 낭독은 덤이다. 분위기를 북돋기 위해 술을 주문하려 한다. 그러자 직원은 주문한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하며 각각의 맛과 효능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이쯤 되면 테이블 위에 오른 음식으로 스테이크나 랍스터를 떠올릴 법하다. 그러나 메뉴는 한식의 대표주자 불고기. 대게 시끌벅적한 식당에서 자욱한 연기를 마시며 구워먹는 불고기를 고급 레스토랑과 결합한 ‘불고기브라더스’에서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친숙한 불고기를 고급스러운 서비스와 접목시켰듯이 불고기브라더스는 남들이 의구심을 갖는 도전에 “왜 안 돼(Why not)?”라는 질문을 던진다. 손맛이 좌우한다는 한식을 맛의 표준화가 핵심인 프랜차이즈로 키운다는 목표도 이들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 중 하나다.

정인태 불고기브라더스 회장이 미국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T.G.I. 프라이데스와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를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장본인인 만큼 “한식은 왜 안 돼?”라는 물음에서 회사는 출발했다.

당돌한 질문으로 치열한 외식업계에 뛰어든 불고기브라더스는 8년 만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달성했다. 지난해 국내외 50여개 매장에서 54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 특히 해외에서 정통 한식으로 승부를 건 프랜차이즈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이들의 성공 레시피를 듣기 위해 이나영 총괄본부장(36)을 불고기브라더스 광화문 지점에서 만났다.

◆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특명…"맛을 표준화하라"

정통 한식당의 경우 국내에서 거둔 성공을 발판으로 개별적인 해외 지점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 세계 매장에서 균일한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식 프랜차이즈는 드물다는 얘기다. 한식은 맛을 표준화시키기 어렵다는 점이 여기에 한몫 했다.

“계량화된 조리 과정을 따르는 양식과 달리 한식은 조리사의 손맛에 많이 의존합니다. 그래서 성공한 한식당도 조리사가 그만두면 맛이 곧 들쑥날쑥해지죠. 한식을 세계에 프랜차이즈화 시키기 위해선 개별 조리사가 아닌 시스템을 통해 맛을 표준화시켜야 했습니다. 매뉴얼만 익히면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장인처럼 맛을 낼 수 있게 말이죠.”

정인태 회장은 우선 표준화시킬 불고기의 틀을 잡는 데 6개월을 보냈다. 유명 조리사를 영입해 레시피를 개발하는 한편 언양불고기, 광양불고기 등 지방 특색을 메뉴에 담기 위해 지방 맛집들을 탐방하기도 했다. 부산에 있는 유명식당에서 비법을 배우고자 한 달간의 위장취업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이 본부장은 전했다.

개발한 불고기의 맛을 누구라도 재현할 수 있게 조리실은 거의 실험실에 가깝게 꾸몄다. 염도계, 산도계, 당도계 등 각종 기구를 갖추고 조리 과정을 매뉴얼로 만들었다. 숙성 정도에 따라 맛이 다른 고기 맛을 균일화시키기 위해 숙성 기간, 손질 방법, 주변 온도 등을 세밀하게 지정하는 식이다.

매뉴얼을 숙지할 수 있도록 직원을 교육시키는 것도 필수 과정이다.

“조리사의 경우 고기를 다루는 방법부터 배웁니다. 미세한 부분에서 맛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부위별 커팅 방법과 숙성 과정 등에 대해 교육하죠. 서비스 직원들도 고기 굽는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근무할 수 있어요. 가장 센 불에서 10초간 불판을 달구고 고기를 올린다. 한두 번만 뒤집어 주고 앞뒤가 황갈색이 됐을 때 자른다. 이런 식으로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음식이 만들어지는 거죠.”

해외 지점이라고 예외는 없다. 트레이닝 팀을 3개월간 현지로 파견시켜 직원들을 교육시킨다.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현지 직원들도 불고기에서 강된장까지 한식 그대로의 맛을 구현해낸다. 어설프게 흉내 낸 것이 아닌 정통 한식을 맛의 변동 없이 선보이니 현지인이 운영하는 한식당도 손님들의 신뢰를 얻었다.

◆ 해외 프랜차이즈 서비스의 한국화…환영 전채부터 기미사(氣味士)까지

불고기브라더스가 표준화된 맛과 함께 신경 쓴 부분이 또 있다. 바로 서비스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지만 보다 세련된 분위기에서 서비스를 즐길 수 있어야 브랜드 가치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엄마가 해주는 가정식 불고기를 좋아할 수도 있고 동네 작은 식당에서 나오는 불고기를 좋아할 수도 있어요. 그렇게 보면 주부 한 명 한 명이 모두 불고기브라더스의 경쟁자인 셈이죠. 이들과 차별화 시키려면 서비스를 부각시켜야 했습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대접받는 기분을 느끼면서도 엄마 손맛이 나는 불고기를 먹을 수 있게요.”

우선 고깃집 찾기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을 잡는 게 급선무였다. 자욱한 연기와 여기저기 튀는 기름, 옷에 배는 냄새가 그것이다.

연기를 잡기 위해선 고기를 굽는 판을 구멍이 뚫린 숯불구이용 불판에서 바닥이 막힌 철판으로 교체했다. 고기에서 떨어지는 기름이 불에 닿을 때 나는 연기를 막기 위해서다. 연기를 없애기 위해선 연통을 불판 가운데 설치하는 게 보통이지만 이는 얼굴을 보고 대화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게 이 본부장의 지적이다.

냄새와 기름을 잡기 위해선 세심한 서비스를 더했다. 겉옷을 비닐 커버에 덮어 보관하는 것은 물론 옷에 기름이 튀지 않게 일회용 펄프 앞치마를 제공한다. 물건에 기름이 튈 경우를 대비해 핸드폰 케이스와 안경 닦이까지 준비돼있다.

그러나 기존 고깃집의 약점을 최소화시킨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 세계적인 프랜차이즈를 이끈 경험을 살려 그곳의 서비스를 한식당에도 도입하고 싶었다고 이 본부장은 설명했다.

“옥수수빵이나 고구마를 환영 전채로 내고 고객이 원하면 남는 반찬이나 전채를 싸주기도 합니다. 생일파티뿐 아니라 돌잔치, 환갑잔치 등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점도 기존 한식당에선 찾기 힘들었죠. 최근엔 와인 소믈리에를 한국 전통주에 도입시킨 ‘기미사’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맛을 감별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한국 전통주의 효능을 소개하고 음식에 맞게 추천하는 서비스죠.”

◆ 다양한 메뉴와 직원들의 열정으로 뛰어 넘은 ‘광우병 위기’

정통 한식과 퓨전 서비스로 성장 기반을 잡는 듯 했으나 위기는 곧 찾아왔다. 사업을 시작한지 2년만인 2008년에 광우병 파동이 터지면서다.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매출은 30%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곧 지나갈 위기라고 생각했지만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확산되면서 6개월간 매출 부진이 이어졌다.

“당시 불고기브라더스는 미국산 소고기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소고기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했어요. 결국 소고기 위주의 메뉴 구성을 바꾸는 방법밖엔 없다고 생각했죠. 치킨맥적, 강된장 비빔밥, 냉면 등으로 메뉴를 다양화했습니다. 무조건 가지 수를 늘린 것은 아니고 분기별로 하위 30%에 속하는 메뉴들을 바꿔나갔습니다. 상황에 맞게 메뉴 구성을 바꿀 수 있고 모든 메뉴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게 말이죠.”

매장 직원들이 직접 발로 뛰어 손님들을 끌어오기도 했다. 매장 주변에 있는 오피스 빌딩 목록을 뽑아 매 층을 돌며 음식을 맛보게 한 것. 인근 회사의 직원들을 초청해 무료 시식 행사를 갖기도 했다.

차근차근 단골이 생기며 갖은 노력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단골이 늘어나니 자연스레 맛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이는 외국 손님들의 증가로 이어졌다. 결국 한 달에 8000만원으로 출발했던 명동 매장의 매출은 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 드라마·K팝 인기 덕본 한식…“이젠 한류의 주역을 꿈꾼다”

불고기브라더스는 2011년 필리핀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태국, 말레이시아, 캐나다 등에서 총 10개의 해외 매장을 운영 중이다. 기존 외식업체들의 직접 투자를 통한 매장 오픈이 아닌 프랜차이즈 계약을 통해서다. 현지에서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와 계약을 맺고 매장당 6만달러의 브랜드 이용료와 매출액의 4.71%를 로열티로 받는 방식이다.

이 본부장은 프랜차이즈 방식이 현지 사정에 밝은 사업가의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어 사업 초기 리스크가 적다고 설명했다. 로열티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직원 트레이닝 비용 등을 통한 부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한류와 웰빙 바람을 타고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불고기브라더스 매장을 내고자 하는 해외 사업자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까다로운 계약 조건을 내세우는 불고기브라더스는 사업 파트너를 고르는데 신중하다.

“외식 사업과 현지 시장을 잘 알아야하기 때문에 현지에서 외식업을 운영한 경력이 10년 이상은 돼야합니다. 법인 회사여야 함은 물론이고 자본 구조도 튼튼해야 하구요. 무엇보다도 한식의 가능성에 대한 밑그림이 같아야겠죠.”

까다롭게 파트너를 고르는 것은 사업의 안정성을 위해서기도 하지만 한국 문화를 수출한다는 자부심 때문이기도 하다.

“대나무 문양 벽지와 금강산전도 등으로 꾸며진 불고기브라더스 해외 매장에선 하루 종일 한국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국내 매장을 그대로 해외로 옮겨놓은 것이기 때문에 인테리어, 식기, 주류 등 한국 업체들이 함께 해외에 진출하는 셈입니다. 메뉴도 한글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간단한 인사말은 한국어로 할 수 있게 직원들을 교육시키죠.”

이 본부장은 올해 중국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중국 충칭 소재의 외식기업인 CJY 케이터링 매니지먼트 유한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10월 매장을 오픈한다. 이를 시작으로 향후 5년 안에 중국에서만 100개의 매장을 낼 계획이다. 해외 사업망 확대를 통해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내다보고 있다.

“동남아시아 매장들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한식의 세계화에 대한 가능성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이젠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도 매장을 꾸준히 확대할 생각입니다. 한식하면 누구나 불고기브라더스를 떠올릴 수 있게 인지도를 높여갈 계획이고요. 드라마와 K팝에 이어 한식이 한류는 이끄는 날도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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