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실채권 투자 열기] 부실채권의 '마법'…저금리시대 복음인가, 제2의 개미지옥인가

입력 2013-09-06 17:03   수정 2013-09-07 04:57

대박의 전설
아파트 담보채권 11억에 사들여…3개월새 1억 수익, 양도세도 없어

프로들의 전쟁터
부동산·경매 모두 능통해야…학원강사들 사례 과장 잦아




부실채권(NPL) 투자는 잘 하면 ‘대박’을 가져다준다. 3개월 만에 40%에 육박하는 수익을 올린 사람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이런 수익을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NPL이 최초 소유자를 떠나 은행과 자산관리회사(AMC)를 거치면서 가격이 어떻게 변하는지 꿰뚫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NPL에 투자하려는 개인은 전문가의 도움을 얻거나, NPL 펀드에 간접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잘 하면 고수익에 절세까지 가능

은행은 대출한 뒤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담보를 잡는다. 담보는 건물이나 공장, 주택 등 부동산이 대부분이다. 담보를 잡기 위해 근저당권을 설정한다. 한도(채권 최고액)는 보통 대출금의 130%다. 연체 이자율 등을 고려해 넉넉히 잡는다. 10억원을 대출해줬다면 채권 최고액은 13억원가량이다. 이것이 NPL 수익의 기반이 된다.

만일 대출받은 사람이 원리금을 갚지 못하면 은행 등 금융회사는 담보 물건을 AMC에 판다. 직접 경매에 부쳐 원리금을 회수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간과 비용을 감안해 AMC에 넘기는 게 보통이다. AMC는 보통 채권액의 20% 할인된 가격에 담보 물건을 사온다.

AMC는 이 물건의 채권 채무를 단순화한 뒤 경매에 부쳐 자금을 회수한다. 이 과정에서 법인이나 개인이 NPL에 투자하는 기회가 생긴다. 채권 최고액이 13억원인 아파트(대출금 10억원)가 AMC에 넘겨져 경매로 나왔다고 치자. 경매에 부쳐졌으나 몇 번의 유찰에 따라 11억원까지 떨어졌다. 시세는 12억원 정도로 예상되기 때문에 입찰 경쟁은 11억원부터 12억원 사이에서 치열하게 벌어진다.

이때 투자자 K씨는 저축은행이나 AMC 등과 따로 접촉해 11억원에 이 담보의 채권을 사들일 수 있다. 채권을 사들인 K씨는 경매에 참가해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채권의 최고액인 13억원을 입찰가로 쓴다. 11억원까지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K씨가 낙찰받을 확률은 매우 높다. 이 경우 낙찰자로서 대금을 납부할 의무와 채권자로서 대금을 받을 권리를 모두 K씨가 갖고 있어 법원은 이를 ‘상계’시킨다.

K씨는 이후 이 아파트를 낙찰가에서 1억원 낮춰 또 다른 투자자(또는 실수요자)에게 12억원에 팔아 넘긴다. NPL 전문 강사들은 “여기까지 보통 3개월 걸린다”며 “K씨는 11억원을 투자해 3개월 만에 1억원을 번 셈”이라고 말한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36.3%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K씨는 양도소득세도 내지 않는다. 부실채권을 매입한 K씨가 직접 낙찰받으면 양도소득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취득가액은 채권 매입가인 11억원이 아니라 담보 낙찰가인 13억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각가는 12억원이므로 K씨가 양도에 따른 소득을 올리지 않은 것으로 계산된다. 이런 사례가 생기면 “NPL 투자로 대박을 터뜨린 사람이 나왔다”는 입소문을 타며 ‘대박 신화’로 미화되고는 한다.

○주택 NPL 급증에 개인까지 ‘기웃’

이런 투자법이 알려지면서 AMC가 주도하는 NPL 시장에 자산운용사들도 최근 눈을 돌리고 있다. NPL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늘면서 이를 이용해 펀드를 조성, NPL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올 들어서는 연기금도 NPL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등은 NPL 투자를 대행하는 자산운용사를 미리 선정한 뒤 이들 운용사가 부실채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보험사도 가세했다. 동양생명은 은행들이 처분한 부실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에 돈을 넣는 방식으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자금이 국내 시장에서 큰손으로 등장하고 있다. 일본 신세이은행은 지난해 국내 NPL 시장에 뛰어들어 올 상반기에만 103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받은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로 나오는 NPL이 늘면서 개인 투자자의 참여도 증가하고 있다. 2006년 1477건에 불과하던 주택 NPL 물건은 지난해 1만2299건까지 늘었다. 낙찰건수도 같은 기간 491건에서 4006건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대부분 개인이 주택 NPL을 낙찰받은 점을 고려하면 최소 수만명이 NPL 투자를 시작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전문적 지식 갖춰야”

NPL 전문가들은 NPL 투자 전문 강사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K씨와 비슷한 유형의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극히 드문 케이스”라고 말한다. 우선 최근 NPL 시장에서 AMC 등이 부실채권을 사들일 때 매입가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점을 꼽는다. 양석재 유암코 자산관리본부 부장은 “최근에는 채권액의 80~90%까지 매입가가 올랐다”며 “부실채권 매입 가격이 높아지다 보니 매매차익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강사들은 중개업이나 경매 입찰 대리 등을 통해 수수료를 받는 일을 함께 하고 있어 사례를 과장해 소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얘기다. 매입한 채권을 갖고 행사할 수 있는 담보권의 범위 등 권리관계를 파악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저당권보다 선순위에 있는 임차인, 임금 채권이 있는 근로자 등 최선순위 배당요구권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

시세 파악을 잘못해 막상 채권 매입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담보를 처분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부동산 경매 전문인 법무법인 열린의 정충진 대표변호사는 “부실채권이 담보로 하고 있는 물건의 가치에 대한 판단 능력과 기본적인 권리분석 능력이 없다면 NPL에서 수익을 내기 힘들다”며 “배당 분석 등 경매 투자에 대한 공부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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