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명당을 찾기 위해 무턱대고 산부터 오른다면 이것은 낙타를 보기 위해 무작정 낙타의 다리를 올라타는 개미와 같다.
낙타의 등을 등산한 개미는 분명히 낙타는 ‘산’이라고 말할 것이다. 낙타의 진짜 모습을 보려면 낙타에서 멀리 떨어져 봐야 하듯, 산에서도 숨겨진 명당을 찾으려면 가급적 산에서 멀리 떨어져 계곡을 살피는 것이 좋다.
산은 자연에 안겨 사는 모든 생명체에 생기를 공급하는 근원이다. 땅속을 흐르는 지기가 저장되고 생성되는 곳이다. 산줄기는 산에 저장된 지기가 천태만상으로 변화하며 힘차게 뻗어 가는 통로다.
그런데 사방으로 변화무쌍하게 흘러 뻗은 산줄기는 마치 실을 두 손으로 힘껏 잡아당겼다가 놓았을 때처럼 곧게 내리뻗지 않고 꾸불꾸불 제멋대로 휘어져 간다. 계곡은 우기에는 물이 흐르고 건기에는 바람이 지나가며 정지해 있는 산을 변화시킨다.
산줄기가 이리저리 비틀어지고 휘어진 이유는 바로 물 탓이다. 산 능선이 좌측에서 우측으로 꼬부라진 곳이 있다면 능선 오른쪽 계곡이 왼쪽보다 넓고 깊다. 반대로 능선이 우측에서 좌측으로 휘어진 곳은 왼쪽 계곡이 더 크다. 물이 큰 쪽으로 산이 휘어져 배합하려는 속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풍수는 산자락 좌·우측 계곡을 내당수라 부르고 우측 계곡이 크면 우선수, 좌측 계곡이 넓으면 좌선수라 한다.
그 다음은 산자락의 한 지점에 서서 산 아래의 커다란 강이나 개천 등 외당수를 살펴야 한다. 물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러가면 좌선수이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흘러가면 우선수이다.
외당이 좌선수라면 내당도 좌선수, 외당이 우선수이면 내당도 우선수로 내·외당의 서로 순행한 산자락이 좋다.
만약 외당과 내당이 서로 다르면 내당에서 흘러간 작은 물이 외당의 큰물에 순행하지 못하고 다시 내당으로 밀려들어온다. 물이 차갑고 장풍이 약해지면 명당이 아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큰 하수도관에 역행해 작은 하수관을 설치한 셈이다. 물이 큰 수도관을 지날 때 작은 수도관의 방향이 마주보고 있으면 큰물은 작은 관으로 치고 들어간다.
그러면 작은 수도관에 있는 물은 빠져나가지 못하고 역류한다. 물이 빠져나가야 할 작은 하수관에서 오히려 물이 솟아오르는 이치다.
이런 자연의 이치를 무시하고 지맥의 흐름과 좌우의 산세만 보고 명당을 찾아서는 안된다.
자연은 약간만 떨어져도 흙 색깔이 확연히 다를 정도로 각기 환경이 다른 만큼, 집터를 정할 때에는 내·외당수가 순행한 장소를 선택해야 건강과 부귀를 얻을 수 있다.
고제희 < 대동풍수지리학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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