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 선정부터 완공까지 길게는 5~10년씩 걸리는 부동산 시장은 일정한 사이클(주기)과 진폭(변동)이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은 물론 중국과 한국도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면서 진폭이 줄어들고 있어 과거와 같은 급등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CB리처드엘리스(CBRE), 존스랭라살(JLL)과 함께 세계 3대 부동산 종합 서비스업체로 꼽히는 DTZ 한국법인인 DTZ 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신종웅 회장(사진)은 “저성장과 인구구조 개편 등 사회적인 변화로 부동산 시장의 리스크(위험)가 줄어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회장은 “경제중심지인 서울이나 도쿄, 상하이 등 주요 도심 내 핵심 부동산은 앞으로도 건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런던에서 출발해 현재는 미국 LA에 본사를 둔 DTZ는 업력이 200년을 넘는 상장사로 52개국, 4만7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는 시장 점유율 1위다.
○공학도 출신 감정평가사
서울대 공대(72학번) 졸업 후 몸담은 삼성전자를 1년여 만에 퇴사한 뒤 “기계와 공장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공대 출신 사람을 뽑는다”는 말을 듣고 한국감정원에 입사한 게 부동산 인생의 시작이었다. 신 회장은 “출근만 있고 퇴근이 없는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껴 그만뒀는데 돌이켜보면 철이 없었던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감정원에 근무하면서 하나 따기도 어렵다는 ‘토지평가사’(개발사업시 보상가치를 평가하는 자격증)와 ‘공인감정사’(동산·부동산 가치를 평가하는 자격증)를 동시에 땄다. 두 자격증은 1989년 감정평가사로 통합됐다. 다른 국내 부동산 서비스업체와 달리 DTZ 코리아가 자회사 개념인 프라임감정평가법인을 운영해 수익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국내 상업용 빌딩 수요 탄탄
최근 공급 과잉 논란에도 불구하고 오피스 빌딩과 매장용 빌딩 등 이른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유망하다는 게 신 회장의 생각이다. 탄탄한 금융권과 외국인 투자 수요 때문이다.
그는 “서울 여의도 등 일부 권역에 공급이 늘면서 공실이 발생하고 있지만 저금리 속에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금융권과 외국인들은 국내 상업용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 창고 등 물류시설도 알짜 투자처로 꼽았다. 온라인 쇼핑시장이 커짐에 따라 물류시설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영동고속도로 진출입이 쉬운 경기 이천과 여주 일대에는 의류는 물론 식품 관련 물류 창고들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물류시설 투자처를 찾아달라는 외국인 투자자도 많다고 신 회장은 귀띔했다.
해외시장에서는 미국은 헬스케어, 중국은 2선 도시를 꼽았다. 그는 “고령화가 진행되는 미국에서는 노인 전문병원과 실버타운이, 중국에서는 청두와 시안이 주목받고 있다”며 “특히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시안은 한국인 투자처로 알맞다”고 말했다.
○다주택자가 임대시장 좌우할 것
부동산 전문가답게 최근 심화되고 있는 전·월세난에 대해서는 집을 여러 채 가진 다주택자들을 활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신 회장은 “다주택자들이 주택 임대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해야 자연스럽게 임대시장이 안정된다”며 “보금자리나 행복주택과 같은 정부 대책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은퇴자들의 유일한 자산인 주택 매물은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 현재 젊은 세대들은 주택구매 욕구가 약해 임대료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는 “다주택자들의 매매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양도소득세 중과는 무조건 폐지돼야 한다”며 “기존 주택 매각 대금으로 더 비싼 집을 살 때 양도세 과세를 유예하는 ‘양도세 과세 이연제’나 실제 주택을 활용하는 세입자가 재산세를 내는 방법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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