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빨리 팔아드릴게요" 전화 한통에 1100명 당했다

입력 2013-09-08 17:10   수정 2013-09-09 02:44

1100여명 피해


“가게 내놓으셨지요?”

꼬치구이로 유명한 프랜차이즈 주점을 운영하던 A씨(52·여)의 악몽은 올해 초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됐다. 자신을 유명 부동산중개업체 직원이라고 소개한 B씨는 “점포 양도를 중개해줄 테니 부동산 매매광고 전문신문사에 광고를 내자”고 제안했다.

반신반의하던 A씨는 “광고를 내면 가게를 더 빨리 처분할 수 있다”는 말에 광고비 명목으로 B씨에게 12만원을 입금했다. 이후 광고를 보고 찾아왔다는 C씨와 양도계약을 맺었으나 C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계약 파기에 대비해 C씨로부터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경매에 부치기로 한 A씨는 공고를 내자는 B씨의 설명대로 입찰공고비 280만원을 B씨 측에 송금했다. 이어 B씨 상사로부터 “부동산이 낙찰됐으니 신문사를 통해 낙찰대금을 받으라”고 안내를 받은 A씨는 수수료 명목으로 480만원을 추가 송금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A씨는 B씨 등의 일당에게 8회에 걸쳐 6400만원을 뜯겼다. 자녀 대학등록금으로 모은 돈을 날리고 자살까지 시도했던 A씨는 빚에 허덕이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점포를 팔려고 내놓은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접근해 양도계약을 중개해주겠다고 속여 광고비 공고비 등의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뜯어낸 보이스피싱 조직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윤재필)는 전문사기꾼 김모씨(28) 등 8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교도소에 수감 중인 답십리파 조직원 고모씨(29)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달아난 공범 세 명은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0년 9월부터 지난 7월까지 ‘중고나라’ 등 인터넷 생활정보 사이트에 점포 양도 광고를 올린 영세 자영업자 1100여명에게 전화를 걸어 점포 양도를 중개해줄 것처럼 속인 뒤 각종 명목으로 37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자영업자 피해액은 12만원에서 최대 1억8000만원으로 조사됐다.

교도소 동기인 김씨와 고씨는 수감 시절 범행을 모의했다가 출소한 뒤 고씨 휘하의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부동산 중개사무실 직원, 광고회사 직원, 매수 희망자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김씨는 고씨가 폭력 사건에 휘말려 재수감되자 지난 1월부터 7월까지는 자신의 처남, 장인 등 친인척은 물론 지인까지 범행에 가담시켰다.

검찰 관계자는 “내국인으로만 구성된 보이스피싱 조직의 사기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며 “서민 상대 조직범죄에 대해선 철저한 수사를 거쳐 엄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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