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해외 금융상품 직접판매…관행 vs 불법

입력 2013-09-08 17:19   수정 2013-09-09 16:25

내부제보로 시작…다른 IB로 확산되나?

해외 금융상품 국내 판매때
허가된 지점서만 팔아야
IB "관행대로 했을 뿐"





마켓인사이트 9월8일 오후 5시5분

금융당국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을 전방위로 조사(검사)하게 된 단초는 세계 1위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의 내부 제보에서 나왔다. 금융당국도 글로벌 IB들이 국내 법률을 ‘교묘히’ 피해가는 현상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상당 기간 근거 자료를 축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대상도 골드만삭스에서 다른 글로벌 은행 지점들로 확대되고 있다. IB업계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CS),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 다른 글로벌 은행 국내 지점들도 이번 주부터 순차적으로 현장 검사를 받는다.

골드만삭스에 대한 현장 검사는 지난달 28일 시작됐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8일 “한국 금융시장이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놀이터가 되지 않게끔 경고해 종국적으로 국내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이 이번 검사의 1차 목적”이라고 말했다.

○글로벌은행 직거래 관행 첫 조사

금융위원회는 2009년 증권 관련 법률을 자본시장법으로 통합하면서 해외 금융상품을 국내에서 판매할 때 금융당국 라이선스(허가)를 취득한 국내 지점을 통해야 한다는 조항을 명문화했다. 금융상품을 허위로 팔아도 국내에서 제재할 방법이 없어서다.

하지만 글로벌 IB들이 관행대로 홍콩 등 해외 지점을 통해 금융 상품을 직접 판매하거나, 판매 수익 대부분을 해외 지점으로 넘긴다는 게 금융당국의 의구심이다. 사실로 확인되면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세금 문제도 검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국내 지점이 합리적인 수익을 받지 못한 이유가 국내 관련 세금을 회피했기 때문이라고 의심받을 수 있다.

그동안 이런 관행들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글로벌 저금리 시대를 맞아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KIC), 대형 보험사 등 국내 큰손들이 해외 투자를 늘리면서 부작용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외 금융상품 직거래 관행의 법 위반 여부를 검사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골드만삭스 내부 ‘암투’

이런 관행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계기는 골드만삭스가 판매한 말레이시아 채권(1MDB)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 기관투자가들에 이 채권을 약 40억달러나 팔았다. 이 중 10억달러(1조1000억원) 이상을 KIC, 우정사업본부, 보험사 등 국내 투자자들이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정부 지급 보증 채권인데 똑같은 만기 국채보다 금리가 1.2%포인트 이상 높아 투자자들이 몰렸다.

정작 골드만삭스 내부에서는 막대한 채권 판매 수익을 놓고 홍콩 지점과 한국 지점이 알력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이 채권의 발행 및 판매 수수료는 총 10% 안팎이다. 40억달러를 팔았다면 4억달러(약 4조4000억원)의 이익을 챙겼다는 의미다. 채권 판매 직후 신흥국 외환 위기가 불거지면서 채권 투자자들은 큰 평가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 출신 홍콩 지점 관계자가 채권을 직접 팔았거나, 국내 지점에 분배한 수익이 미미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 홍콩지점 관계자는 “홍콩에서 채권을 직접 판매했다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금융권은 불완전 판매 여부가 글로벌 ‘화약고’로 번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 발행과 판매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서다. 외신들은 지난 5월 초 골드만삭스가 말레이시아 고위층과 결탁해 채권을 정상 가격보다 값싸게 단독으로 인수했다고 보도했었다.

국내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수백 페이지에 이르는 법률 문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일부 조건에 대한 로펌 해석이 엇갈려 투자를 포기했다”며 “글로벌 관행과 달리 증권사 한 곳이 단독 인수해 판매한 것도 이상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묻는 질문에 “코멘트(이야기)할 수 없다”고 답했다.

자본시장법 위반과 탈세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금융당국엔 부담이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초에도 흥국생명, 흥국화재에 2007년 판매한 부채담보부증권(CDO)의 불완전 판매를 인정해 투자 원금의 40%(206억원)를 물어줬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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