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권 및 한진해운에 따르면 이 회사는 조만간 4억달러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이 채권에 ‘보증을 서 달라’며 우리은행·산업은행·외환은행 등과 접촉하고 있는 중이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은 “다른 2개 보증기관을 찾기만 한다면 보증을 서 줄 수 있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은 아직 보증 여부를 정하지 않았다.
영구채는 투자자에게 이자만 지급하면서 만기를 계속 연장할 수 있는 채권이다. 원금을 영구히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는 자본으로 인정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지난 2분기 말 기준으로 835.2%다. 4억달러(약 4370억원)의 영구채 발행에 성공해 전액 자본으로 인정받는다면 부채비율이 약 620%까지 떨어질 수 있다.
한진해운이 은행 보증부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는 것은 자체신용만으로는 발행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진해운은 작년 말부터 영구채 발행을 시도해왔다. 지난 6월에는 동양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해 자체신용으로 연 7.05% 금리(30년 만기, 5년 후 가산금리 3.5%포인트 추가 등 조건)에 1200억원어치 영구채 발행을 시도했지만, 투자자 모집이 여의치 않아 불발됐다.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들도 자체 신용으로 영구채를 발행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한진해운과 함께 영구채 발행을 추진했던 SK해운(신용등급 A)은 공모 회사채 500억원과 사모 외화표시채권 1억달러 발행으로 선회했다. 한진해운과 신용등급(A-)이 같은 현대상선은 지난해 최대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다 보증을 서 줄 은행을 찾지 못해 자체신용으로 200억원 어치를 사모 발행하는 데 그쳤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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