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선에서 열린 54시간 '창업 대장정'

입력 2013-09-08 17:30   수정 2013-09-09 14:24

앱센터 주최 '스타트업 위크엔드'

17세부터 47세까지 70명 참여…2박3일간 창업아이템 구현
쪽잠 자고 상금도 적지만 창업 경험하는 재미에 피곤 잊어



지난 7일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는 크루즈선 ‘오하마나’호.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3등실 ‘C-17’호는 오전 2시에도 40여명의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7~8명씩 그룹을 지어 앉은 이들은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마커를 들고 전지에 아이디어를 써내려가기도 했다. 54시간 내에 새로운 정보기술(IT) 서비스를 개발하는 행사인 ‘스타트업 위크엔드’ 참가자들이었다.

비영리재단인 앱센터가 주최하는 이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아이템 제시, 팀 구성부터 시제품 완성·발표까지 창업의 전 과정을 압축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 12회째인 이번 행사는 6일부터 8일까지 인천과 제주도를 왕복하는 크루즈선과 제주 NXC센터에서 열렸다. 17세부터 47세에 이르는 70여명의 참가자들은 꼬박 2박3일간 머리를 맞대고 사업 아이템 구현에 몰두하면서도 피곤을 잊은 듯했다.


○새벽까지 이어진 기획회의

벤처기업 ‘스위트 해피니스’의 김민석 대표는 애견가다. 그는 평소 여행을 갈 때마다 강아지를 비싼 ‘강아지 호텔’에 맡기는 것 외에 대안이 없는 것이 불만이었다. 이번 행사에 기획자로 참가한 김 대표는 첫날인 6일 오후 8시께 진행된 아이디어 발표 시간에 나섰다. “한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강아지를 맡아줄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참가자 전원 투표를 통해 전체 아이템 30개 중 상위 10개 가운데 하나로 뽑혀 팀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기획자와 디자이너 두 명씩, 개발자 세 명으로 이뤄진 팀이 꾸려지자 기획회의부터 시작했다. “게시판 형태로 만들까, 채팅을 할 수 있게 할까” “강아지를 맡기는 사람과 맡아주는 사람 간에 계약 정보만 남기면 어떨까”.

기획의 가닥이 잡힌 것은 7일 오전 1시께. 조원별로 일이 얼추 나뉘자 에너지드링크 캔을 들어 건배한 뒤 이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디자인팀은 컵라면 등 야식을 먹거나 쪽잠을 자는 다른 팀원들 사이에서 노트북을 켜고 디자인 작업을 시작했다. 눈을 붙이러 숙소로 간 개발팀이 내일부터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튿날 NXC센터에 짐을 푼 참가자들은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했다. 선상에서는 인터넷 접속이 어렵기 때문에 바짝 개발해둬야 했다. 김 대표 팀도 앱 개발에 몰두했다. 커뮤니티에서 쓰일 가상화폐인 ‘뼈다귀’의 용도와 디자인에 대해서는 한동안 의견이 갈렸지만 토론으로 수렴해나갔다.

○경험·인적자원이 창업 핵심

이 행사는 1등을 해도 상금이 100만원에 불과하다. 수천만원을 상금으로 내거는 다른 창업경진대회에 비해 적은 액수다. 주최 측은 “돈과 창업은 크게 관계가 없다”며 “아이템 구현 경험과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인적 자원이야말로 실제 창업에 핵심이 되는 요소”라고 입을 모았다.

강수남 모두의주차장 대표는 “이번에는 선상에서 진행돼 빠져나갈 수 없지만, 서울에서 대회를 열면 삐걱거리다가 깨지는 팀도 나온다”며 “이 모든 것이 현실 세계의 축소판”이라고 설명했다. 김세진 앱센터 본부장도 “참가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상당한 실력을 갖춘 참가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참가자도 있을 수 있는데 실제 리크루팅할 때 ‘사람 보는 눈’을 기르기 위한 산 연습이 된다”고 말했다.

대회에서 무엇보다 중시하는 것은 ‘재미’다. 아이템을 현실 세계에 구현하는 본연의 즐거움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벤처투자 토크쇼 ‘쫄지 말고 투자하라’ 진행자인 이희우 IDG벤처스코리아 대표는 이 대회에 기획자로 참가했다. 그는 “지난 대회에는 심사위원으로 왔지만 이번에는 참가자”라며 “즐겁게 서비스를 만들어보려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앱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진형 KAIST 교수는 “창업은 문화”라고 강조했다. 이 문화를 키우려면 자금 지원이나 일회성에 불과한 보여주기식 창업경진대회를 할 것이 아니라 ‘부대끼면서’ 체험해보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대회에 여러번 참가해 실제 창업 멤버를 꾸려간 곳도 있다”며 “창업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사람’과 ‘경험’을 공급하는 대회로 꾸준히 이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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