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업과 같은 조건서 경쟁할
플랫폼 만드는 게 성공의 조건
안현호 <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2단계 본 협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수교 후 20여년간 양국은 지리적 이점과 각자의 장점을 결합해 공동 성장을 이뤄왔다. 이제 한국과 중국은 각각 글로벌 경제강국과 ‘세계의 시장’을 향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시점에 추진하는 한·중 FTA는 단순한 시장개방을 넘어 미래 10년의 성장동력을 찾는 창조의 과정이 돼야 한다.
우리가 협상자리에서 마주해야 할 상대는 지금의 중국이 아니라 10년 뒤 미래의 중국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10년 뒤 중국은 세계 최대시장이자 세계적인 산업경쟁력 보유국으로서 우리의 경쟁상대이자 거대시장을 제공하는 기회의 땅이 돼 있을 것이다. 한·중 FTA는 토착기업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10년 뒤 중국의 산업 가운데 상당수는 우리와 대등하거나 오히려 앞서게 될 것이다. 1990년대 초 중국이 개방을 확대하자 당시 세계를 양분하던 한국과 대만의 신발과 봉제인형이 중국산으로 바뀌었다. 그 후 10년이 지나자 세계시장에는 중국산 철강·전자·가전제품이 넘쳐났다. 또다시 10년이 지난 요즘에는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더해졌다. 이제 중국의 산업육성 노력은 기계·장비 등 고기술산업과 의약·항공 등 과학기반형 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산업이 빠르게 추격해 오는데도 한국은 대중국 투자를 늘리는 데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의 관세와 수입품에 대한 시장진입장벽이었다. 한·중 FTA는 바로 이런 관세·비관세 장벽을 낮추고 투자기업의 경영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업종에 따라 사정이 다를 수 있지만, 한·중 FTA가 체결되면 상당수 핵심 고부가가치 부품과 소재, 완제품을 굳이 중국에 가지 않고 한국에서 만들어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중국의 소비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만이 갖는 고품격의 세련된 이미지를 바탕으로 생활용품과 공예품, 웰빙형 가공식품이 유망 수출품목으로 각광받게 될 것이다. 이런 소비재의 중국 수출 확대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 경제의 뿌리인 중소·중견기업 제품이고, 이들 제품의 국내생산 확대는 국내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10년 뒤 중국은 명실상부한 ‘세계의 시장’이 될 것이다. 수많은 중국 토착기업과 모든 글로벌기업이 여기에 참여해 판매와 구매를 둘러싼 경쟁을 벌이고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분야에서의 각축도 심화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중국시장에서 승리한 기업이 세계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시장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한·중 FTA가 체결되면 한국이 경쟁국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중국에서 비즈니스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선점효과는 경쟁국들이 넘보지 못할 우리 기업만이 누리는 장점이 될 것이다.
한·중 FTA를 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우선, 협상에서는 폭넓은 상품시장 개방과 더불어 서비스·투자·각종 비관세 장벽을 포함하는 포괄적 FTA를 추진해야 한다. 한국 기업이 중국시장에서 최상의 경쟁력을 발휘하고, 양국을 오가는 생산의 가치사슬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다. 두 번째는 인력과 정보가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이 변화하는 통상환경을 잘 활용하도록 인프라를 잘 깔아주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농산품 등 피해예상 분야에 대한 보호와 지원이다. 특히 피해업종에 대한 보호뿐 아니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한·중 FTA를 활용하는 궁극적인 주체는 기업이다. 따라서 한·중 FTA를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의 창으로 바라보는 우리 기업가의 인식전환이 중요하다.
탁월한 기업가는 환경 변화를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보다 변화의 방향을 꿰뚫어 보고 기회를 찾아 나선다. 우리 정부와 기업인이 어깨를 마주하고 한·중 FTA를 잘 마무리해 한국 경제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길 기대한다.
안현호 <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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