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홀인원…'막판 몰아치기' 김세영, 거짓말 같은 역전우승

입력 2013-09-08 22:35  

5타 앞서던 유소연 따라잡고
한화금융클래식 연장서 승리

홀인원 부상은 벤츠 SUV
우승상금·보너스 합쳐 6억원




골든베이 골프&리조트 18번홀 그린. 프로 3년차 김세영(20·미래에셋)이 숨을 고르고 퍼터를 잡았다. 공에서 홀까지 거리는 약 2m. 경쟁자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은 김세영의 스트로크를 차마 지켜보지 못하고 뒤로 돌아섰다. 김세영은 침착하게 스트로크했고 공은 그린 위를 미끄러져 홀로 떨어졌다. 살 떨리는 연장전 승부를 끝내는 파 퍼트였다.

김세영이 홀인원을 포함해 이글 2개를 몰아치는 기적 같은 대역전극을 펼치며 올 시즌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세계랭킹 5위 유소연과 치른 연장전에서도 흔들림 없는 플레이를 펼치며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이글의 여왕’ 상금랭킹 선두로

김세영은 8일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 골프&리조트(파72·6526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화금융클래식(총상금 12억원) 4라운드에서 홀인원 1개를 포함해 이글 2개, 버디 2개, 보기 2개를 엮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로 유소연과 공동선두가 된 김세영은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전 첫 번째 홀에서 파를 성공시키며 파 퍼트에 실패한 유소연을 꺾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김세영은 지난 4월 열린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에 이어 약 5개월 만에 두 번째 우승을 거뒀다. 가장 많은 상금이 걸린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우승한 김세영은 우승 상금 3억원을 보태 올 시즌 상금 랭킹 선두(4억8827만원)로 뛰어올랐다.

‘이글의 여왕’이란 별명도 붙었다. 그는 롯데마트 여자오픈 4라운드 18번홀과 이날 9번홀, 17번홀에서 모두 이글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뒤집었다. 자신의 2승을 모두 이글을 발판으로 한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김세영은 “17번홀 홀인원으로 뭔가 조짐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잭팟이 터질 줄은 몰랐다”며 “정말 감동적”이라고 밝게 웃었다. 그는 “공식 대회에서 홀인원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전날부터 샷이 너무 안 돼 타수를 잃지만 말자고 생각했는데 역전승까지 했다”고 기뻐했다.

김세영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대략 6억원가량의 상금과 부상 등을 벌어들이게 됐다. 우승 상금 3억원에 17번홀 홀인원으로 받게 된 벤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약 1억5000만원)에 소속사에서 주는 보너스(우승 상금의 50%)를 더한 금액이다.

○이글에 홀인원까지…대역전극

김세영은 선두 유소연에 5타 뒤진 공동 3위로 이날 라운드를 시작했다. 8번홀이 끝났을 때만 해도 김세영의 역전은 불가능해 보였다. 기적은 9번홀(파4·439야드)에서 시작됐다. 김세영은 페어웨이 왼쪽 러프 홀까지 71야드 남은 지점에서 56도 웨지를 꺼내들었다. 그의 두 번째 샷은 그린 위에 올라가 라인을 타고 구르며 홀로 빨려 들어갔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이글을 기록한 김세영은 2타를 줄여 2언더파가 됐고 버디를 성공시킨 유소연과 차이를 처음의 5타로 되돌렸다.

14번홀(파5)에서 유소연이 보기를 범한 사이 김세영은 파로 막으며 둘의 차이는 4타로 줄어들었다. 김세영은 15번홀(파4)에서 4.5m 거리의 내리막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합계 3언더파가 된 김세영은 파로 막은 유소연을 3타 차로 따라 붙었다.

승부의 분수령은 17번홀(파3·168야드)이었다. 먼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선 김세영은 그린을 내려다보며 클럽을 자신있게 휘둘렀다. 그린에 떨어진 공은 곧바로 홀로 빠져들어갔다. 이글이자 홀인원. 김세영은 “대박”이라고 소리지르며 기뻐했다.

김세영이 단숨에 2타를 줄이며 1타 차로 쫓아오자 유소연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유소연의 18번홀(파5) 티샷은 왼쪽 암벽에 부딪혔다. 유소연은 네 번째 샷 만에 공을 그린에 올렸고 김세영은 3온에 성공한 뒤 2퍼트를 하며 파로 마무리했다. 유소연은 1.5m 거리의 파 퍼트가 성공하면 우승하는 상황. 공이 홀 주변을 스치고 돌아나오자 유소연은 입술을 깨물었고 갤러리들의 탄식도 터져나왔다. 결국 유소연은 보기를 범하며 연장에 들어가 다 잡았던 우승을 놓쳤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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