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빠진 독에 물붓기식…부실기업 지원할 순 없어
신뢰받는 리딩뱅크가 목표…떠날때 박수 받는 행장되겠다
이건호 국민은행장(54·사진)이 취임한 지 9일로 꼭 50일이 됐다. 지난 7월22일 비록 노조의 저지로 취임식을 하지 못하고 방송을 통한 취임사로 대신했지만, 행장으로 활동한 지 꼭 50일이다.
이 행장은 그동안 국민은행 내외부에 확실한 이미지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내부에선 직원들과 서울 여의도 본점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소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외부에선 경영철학이 뚜렷한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슬림한 라인의 양복 패션도 이슈다. 행커치프를 꽂은 채, 컬러풀한 양말을 신은 모습은 시중은행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차림새다.
보수적인 은행권 분위기에서 이처럼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며 활동하는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행장은 신념이 확고한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이날 인터뷰에서도 흔히들 내세우는 ‘당기순익 OOOO억원 달성’ ‘점포 OO개 확장’ 등과 같은 수치를 내세우지 않았다. “고객의 신뢰를 받는 은행”이라는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취임한 지 50일이 지났는데, 소감은.
“열심히 일했다. 보람도 느낀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쌓여 있는데 생각할 시간이 줄었다는 게 아쉽다. 어깨도 무겁다.”
▷리딩뱅크 탈환을 화두로 던졌는데.
“국민은행은 이미 리딩뱅크다. 기준이 여러 가지겠지만 고객 인지도, 자산 규모, 영업망 등에서 가장 앞서는 은행이라고 본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고객들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리딩뱅크를 만들고 싶다.”
▷시가총액, 자산 증가율을 보면 다른 은행보다 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과거 10년 사이에 중요한 의사결정에 잘못한 부분이 있었다. 2008년 카자흐스탄의 센터크레디트(BCC) 은행을 인수한 뒤 상당한 부실로 고생했다. 과거 일부 전략상의 실수가 있었다고 해서 국민은행의 근본적인 경쟁력이 다른 은행보다 뒤처졌다고 할 수는 없다.”
▷1인당 생산성에서도 경쟁 은행보다 뒤져 있지 않은지.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저성장 구조에서 마진을 늘리기 위해 무리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들의 신뢰를 얻어 충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고객의 숫자로 수익을 늘려보겠다고 역마진을 내면서까지 무리하게 다른 은행의 고객을 끌어와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은 A인데, 은행의 수익은 B에서 더 많이 남는다고 B를 권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제 철학이다. 그러면 고객의 신뢰를 잃고, 그 고객은 국민은행을 다시 찾지 않는다. 예금에 가입하러 온 고객에게 보험과 펀드를 억지로 팔지 않겠다는 뜻이다.”
▷은행에 채널주의는 사라졌는가.
“채널주의(옛 국민은행과 옛 주택은행 출신을 구분하는 성향)가 사라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 자신은 채널을 모른다. 그런 걸 따지지 않고 일한다. 누가 어디 출신인지도 모르지 않나.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으로 본다.”
▷인력이 노후화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몇 년 전 그런 지적을 받아들여 3000여명을 퇴직시켰다. 하지만 1인당 생산성은 나아지지 않았다. 인력 운용의 문제이지, 구조조정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수익성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우리나라 은행들은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고 나서 ‘상업성’을 최우선 화두로 내세웠다. 이 부분은 반성할 여지가 있다. 당시 은행장들은 자신이 장사꾼이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은행은 일반적인 장사와 다르다. 예·적금 같은 상품을 팔고 끝나는 것도 아니고 얼마나 남기는지 계산하는 것만으로 접근해서도 안 된다. 은행 수익을 올리려고 고객의 수익을 포기하면 결국 고객도 수익도 모두 잃게 된다. 그래서 은행원은 단순한 장사꾼이어서는 안 된다.”
▷최근 거론되는 부실 대기업들의 주채권 은행 명단에서 국민은행이 빠져 있다. 리스크 관리를 잘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비 올 때 우산을 뺏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지원해서 살 수 있는 기업이라고 판단되면 지원한다. 다만 밑 빠진 독에 무조건 물을 부을 수는 없다. 최근 몇 년 새 조선 건설 해운 업종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선제적인 판단도 작용했다.”
▷최근 은행 여신위원회에 은행장이 참여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는데.
“금융연구원에서 일하던 시절(1993~1999년)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외환위기 직전에 한보사태가 터진 다음 ‘한보와 같은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라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은행장이 여신위원회에 참여했을 때 다른 임직원들이 은행장의 의견에 반대하기가 힘들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패션이 화제가 되고 있다. 철학이 있는가.
“뱅커라면 멋있어야 한다. 자기 만족도 있지만 뱅커로서 저를 만나는 사람에 대한 예의도 있어야 한다. 금융연구원에 있을 때는 와인색 양복도 입었다.”
▷은행장 취임 당시 현 정부와 인연이 깊다는 얘기가 나돌았는데.
“아버지가 육사 5기 출신이라는 점, 고인이 된 친구(차백인 전 금융연구원 부원장)와의 인연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외의 이야기는 팩트를 마음대로 조합해 살을 붙인 소설에 불과하다.”
▷은행장으로서 장·단기 목표는 무엇인가.
“단기적으로는 떠날 때 박수받는 은행장이 되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위대한 기업, 즉 현저하게 높은 수익률을 상당기간 지속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은행이 되도록 기반을 닦고 싶다. 신뢰를 쌓다보면 고객에게서 보상이 돌아오게 돼 있다고 믿는다.”
박신영/장창민 기자 nyusos@hankyung.com
▶[화제] "신기해서 난리" 주식용 네비게이션 등장
▶[은행이자보다 3배 수익으로 알려진 호텔식 별장]
▶한경 슈퍼개미 "소문이 많이 나지 않았으면...최대한 오랫동안 혼자 쓰고 싶거든요"
<li>비, 김태희 100억 빌라 소식 듣고 갑자기…</li>
<li>"안마사가 아내 엉덩이를…" 중년男 '깜짝'</li>
<li>'돌발' 신동엽, 인터뷰 중 女리포터를 '덥썩'</li>
<li>'스폰서'에게 수입차 선물받는 미녀 정체가</li>
<li>이의정, 6년 전 파산 신청하더니…'발칵'</li>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