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의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론 황당하다

입력 2013-09-09 17:53   수정 2013-09-09 21:32

민주당이 대공수사권 폐지까지 포함한 국가정보원 개혁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민주당 국정원법개혁추진위원회는 모든 수사권 폐지, 국내 정보파트 분리, 국회의 국정원 통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개혁안을 마련, 조만간 최고위원회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다. 대공수사권을 검·경에 넘기거나 대공수사처를 만들자는 얘기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대공수사권을 제외한 수사권 폐지 법안을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것보다도 한참 더 나갔다. 국정원 댓글과 선거개입 논란이 이제는 본연의 임무(간첩 수사)마저도 손 떼라는 엉뚱한 방향으로 비화한 것이다.

물론 국정원 개혁과 이석기의 내란음모 혐의 수사는 별개다. 이석기 수사가 국정원 개혁 물타기라는 일각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국정원의 정치개입 차단장치는 필수적이다. 국정원 직원의 정치관여죄에 대한 형량을 높이고, 국회·언론사 등에 대한 정보관 상시출입을 금하는 것에는 여야 간에 이견이 없다. 하지만 툭하면 불바다 위협에다 체제 전복, 적화통일의 망상을 버리지 못한 집단과 대치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미 국내에는 수천, 수만명의 이석기 같은 부류들이 엄연히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접촉사고를 냈다고 차를 몰수하고 운전을 아예 못하게 하겠다는 식의 발상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석기를 조기에 사면복권시켜준 게 노무현 정부였고, 지난해 총선 때 야권연대로 종북의 숙주 노릇을 했던 게 지금의 민주당이다. 대공수사권 폐지에 목소리를 높이기에 앞서 그에 대해 사죄하고 종북과의 결별을 확실하게 선언하는 게 순서다. 이런 전제 없이 대공수사권 폐지를 외친다면 과연 누가 좋아할 일인지는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북한의 대남 첩보·심리전이 과거처럼 고도로 훈련된 간첩 남파뿐이라고 본다면 오산이다. 국내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간첩도 적지 않고 사이버테러, 산업스파이 등의 경제안보 위협은 남파간첩보다 더 위험한 수준이다.

국정원의 정치물은 확실히 빼더라도 국내 파트와 해외 파트가 유기적 공조를 통해 현대 정보전에 대처해야 하는 이유가 충분하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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