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계층 상승 포기한 30대, 노력도 안해보고 좌절하나

입력 2013-09-09 17:53   수정 2013-09-09 21:31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3명은 열심히 노력해도 계층 상승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015명을 대상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계층상승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라고 물은 결과 75.2%가 ‘낮은 편’, 24.8%가 ‘높은 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연령대별 응답이다. 계층 상승 가능성이 낮다고 대답한 비율은 30대에서 가장 높아 80.2%에 달했다. 이어 40대(76.6%) 50대(76.5%) 60대 이상(66.3%)의 순이었다. 나이가 젊을수록 계층 상승 가능성을 오히려 낮게 보고 있는 것이다.

상식과는 반대다. 30대는 많아야 10년 내외 경력의 사회 초년병들이다. 이들이 미래를 비관적으로 본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현상이다. 도전을 해보기도 전에 지레 포기해 버린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구직과정에서의 어려움이나 좌절, 빈부격차에 대한 불만 등이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한창 일할 나이인 30대가 60대보다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것은 분명 문제다.

여기에는 각종 통계에 대한 오역과 이를 악용한 정치인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본다. 한 국회의원은 부의 편중성을 강조하기 위해 ‘상위 5%가 전체 부동산자산의 64.8%를 점유하고 있다’는 통계를 인용한 적이 있다. 얼핏 보면 그럴듯하다. 그러나 부동산은 특성상 소수가 넓은 면적을 보유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가구가 아닌 인구 단위로 부동산 보유 현황을 파악하는 만큼 실제보다 훨씬 소수가 독점하는 것처럼 보인다. 4인 가구에서 집을 아버지가 가진 것을 두고 25%가 주택 100%를 소유한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전후 사정은 덮어두고 통계 숫자만을 들이대며 유권자를 선동하는 게 정치인들의 특기다. 이를 곧이곧대로 믿다보면 불만과 좌절감은 커지고 계층 상승 의욕도 꺾이게 된다. 젊은 층일수록 더 그렇다. 30대가 계층 상승 가능성을 가장 낮게 보는 것도,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자꾸 줄어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지만 30대에게는 창창한 미래가 있다. 본격적으로 살아보지도 않고 수십년 일한 60대 아버지는 집이 있는데 왜 나는 없느냐고 불평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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