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임원제 놓고 "과잉 입법"…"국제 기준" 공방전

입력 2013-09-10 17:01   수정 2013-09-11 01:04

상법개정안 2차 공청회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과잉 입법이다.” vs “반드시 도입해야 할 법인데 재계가 의도적으로 호도하는 것 아니냐.”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거래소에서 법무부 주최로 열린 상법개정안 2차 공청회는 시작부터 날선 공방이 오갔다. 이날 공청회에선 법무부 상법개정안에 찬성하는 패널 3명(정찬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장)과 이에 반대하는 패널 3명(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창현 김앤장 변호사,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이 상대방 주장을 논박하며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펼쳤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정찬형 교수는 집행임원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서만 집행임원제 도입을 의무화한 건 국제 기준”이라며 “이를 두고 주주권 침해, 경영권 위협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왜곡”이라고 말했다. 반대 측 최준선 교수가 이를 맞받아쳤다. 최 교수는 “정 교수는 집행임원제가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하지만 세계 어디에도 이를 강제하는 나라는 없다”며 “일본도 기업 선택에 맡기고 있고 미국도 도입을 강제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경우 사외이사를 뽑을 때 최대주주와 친인척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은 야구 구단주에게 감독도 마음대로 정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또 연기금과 외국계 펀드를 대변하는 사외이사가 회계장부 내놔라, 자회사 팔아라 등의 요구를 하면 어떻게 경영을 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그는 “30년간 상법을 강의한 입장에서 볼 때 개정안은 너무 나갔다”며 “기업들을 이런 걸로 괴롭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엔 찬성 측에서 김상조 교수가 나섰다. 김 교수는 “한국 대표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은 총수의 불법행위”라며 “상법개정안은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해소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기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계는 기업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 기업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개정안은) 기형적 지배구조를 바로잡고 규칙을 위반했을 때 규제장치를 두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재계가 주장하는 ‘외국계 펀드에 대한 경영권 위협 우려’도 논박했다. 그는 “재계에선 2003년 SK 대 소버린 사건을 경영권 위협 사례로 드는데 당시 SK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비정상적으로 낮았다”며 “외국자본의 ‘먹튀’를 비판하기 전에 해당기업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찬 교수도 비슷한 논리를 폈다. 김 교수는 “국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평균 감사위원 수는 3명이지만 임기가 겹치지 않기 때문에 외국계 펀드가 3명의 감사를 한꺼번에 선임할 수 없다”며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면 외국계 펀드가 이사회를 장악할 것이란 생각은 기우”라고 주장했다. 집중투표제 도입 시 경영권 분쟁을 초래한다는 지적에는 “이사회를 속전속결의 요식행위 정도로 여기기 때문에 나오는 발상”이라며 “집중투표제는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와 황제경영을 억제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고 변호사와 배 본부장이 반론을 폈다. 고 변호사는 “감사위원을 뽑을 때 최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건 재산권 침해”라며 “지주회사 체제 그룹은 계열사 지분을 평균 39.2% 보유하고 있는데, 감사 선출 때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의결권을 박탈당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태명/정인설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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