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증시를 흔들었던 ‘9월 위기설’이 눈녹듯 사라지고 있다. 외국인이 13일 연속 5조원 넘게 한국 주식을 사들인 덕에 ‘9월 위기설’은 시쳇말로 ‘뻥카(나쁜 패를 들고 베팅을 크게 해 상대를 겁먹게 하는 것)’가 돼버렸다. 9월엔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축소와 ‘인나미(인도·인도네시아+쓰나미)’ 파고, 시리아 전쟁 우려, 유럽 정치변동 가능성 등 굵직한 이슈가 집중되면서 불안을 키웠으나 미국과 중국의 경기지표 개선 등에 힘입어 대부분의 리스크가 큰 충격 없이 해소된 분위기다.
○해소된 리스크, 달라진 시선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0.98% 오른 1994.06에 거래를 마쳤다. 5월31일 이후 3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장 막판 외국인들이 삼성전자·현대차 등 시총 상위종목을 집중 매수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외국인은 이날도 813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피지수 2000을 바라볼 정도로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불과 2주 전만 해도 증시를 압박했던 ‘9월 위기설’ 우려는 수그러들고 있다.
5월 이후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던 양적완화 축소 이슈는 시장에서 이미 위험요인이 상당 부분 주가에 선반영됐고 오히려 축소가 결정되면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회원국 간 별다른 이견을 노출하지 않고 마쳤고, 22일 독일 총선에서도 별다른 이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분위기가 반전된 데는 세계 경제 양대축인 G2(미국과 중국 주요 2개국)에서 미국 고용지표와 중국 수출지표 등이 개선됐고, 도쿄 증시도 일본의 하계올림픽 개최 효과에 힘입어 1.54% 상승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장밋빛’을 보인 덕이 컸다.
상반기 10조원 넘게 이탈한 외국인 자금이 최근 13거래일간 5조3000억원 넘게 유입됐고 △한국 증시가 다른 신흥국에 비해 기초체력이 튼튼한데다 저평가 매력이 부각됐고 △유럽경기 회복에 따른 중국 수출 회복의 수혜를 한국 기업이 얻을 것이란 기대도 분위기 전환에 한몫 했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인도와 인도네시아 위기가 외국인들이 신흥국과 한국 증시를 차별화해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며 “‘9월 위기설’은 ‘뻥카’라는 게 드러난 분위기”라고 했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도 “각종 위험요인이 해소국면에 접어들었고 상당 부분 가격에 미리 반영돼 있다”고 거들었다.
○어디까지 갈까
전문가들은 증시를 짓눌렀던 각종 위험요인이 해소되거나, 해석의 포인트가 달라지면서 당분간 주가가 상승 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치고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간에 대량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동일한 위험요인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며 “예전 같으면 원화가 고평가되면 수출주에 불리하다며 주가엔 악재였는데 요즘엔 수요 증대에 따른 수출물량 증대 쪽으로 시선이 쏠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위험요소를 해석하는 시각만 바뀌었을 뿐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며 신중론을 펴는 목소리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의 기초체력이 개선되지 않았고 차세대 먹거리 투자도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가 오르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중국이나 미국, 유럽 경기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것이 아닌 만큼 조정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맞섰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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