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금융당국 우습게 보는 골드만삭스

입력 2013-09-10 17:47   수정 2013-09-10 23:26

좌동욱 증권부 기자 leftking@hankyung.com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외국계 증권회사들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탈세 혐의 등으로 금융감독원 조사(검사)를 받고 있다고 지난 10일 본지가 보도하자, 금융권 전문가들은 대부분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에선 금감원 조사가 ‘용두사미’에 그칠 거라는 관측을 내놨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위법과 탈세 혐의를 여러 번 조사했지만, 제대로 밝혀낸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골드만삭스가 한국 시장과 금융당국을 우습게 본다는 이야기가 시장에 나도는 배경이다.

자본시장법은 해외 금융상품을 국내에 팔 때 허가를 받은 국내 금융회사를 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허위 상품을 팔거나 불완전 판매를 할 경우 책임 소재를 묻기 위해서다. 골드만삭스는 이 법을 어기고 홍콩지점에서 말레이시아 채권(1MDB)을 국내 투자자들에게 직접 팔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에 내야 할 세금을 제대로 물지 않았다는 의심도 받는다.

금융당국이 법 위반 혐의를 제대로 입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해진다. 직접판매와 간접판매를 가늠할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 예를 들어 판매 수수료를 홍콩과 국내 지점이 100 대 1로 나눠 가진다면 직접판매인지 간접판매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금융당국은 글로벌 금융 현실을 잘 모른다”며 여론전에 대비하고 있다. 홍콩지점 관계자는 “1MDB를 판매할 때 암 수술을 받았다”고 알리바이를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금융위원회, 금감원 일부 직원들이 이미 골드만삭스에 포섭됐다”는 루머까지 돌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악성 루머”라고 반박했지만, 취재 과정에서 개운치 않은 정황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평판을 무엇보다 우선하는 글로벌 IB들이 과연 법을 어기겠느냐는 반론도 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현실을 잘 모르는 순진한 생각이다. 도이치은행은 투자중개업 인가 없이 외화채권을 발행해 지난 7월 중징계(기관경고)를 받았다. 골드만삭스를 고용해 본 국내 기업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한다”고 전한다. 돈보다도 법과 신뢰가 중요하다는 원칙이 서지 않는다면 한국 시장은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놀이터’가 될 수밖에 없다. 금감원이 존재할 이유도 없다.

좌동욱 증권부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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