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은퇴로 노동력 양·질 모두 떨어져
정책당국·투자자, 저성장 패러다임 적응해야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들이 60년 동안 지속해온 3%대 성장이 끝나고 저성장이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노동력의 양과 질이 모두 떨어지고 있어서다. 미국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는 7600만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전략 전문 분석기관인 리서치 어필리에이츠의 연구를 인용, “인구와 경제성장률 사이의 관계를 볼 때 앞으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연평균 3%대 성장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서치 어필리에이츠의 로버트 아놋 회장과 데니스 차베스 부사장은 1950년대 이후 미국, 일본, 캐나다, 인도, 중국, 브라질 등의 인구 트렌드를 추적해 인구와 경제성장률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다. 저널 오브 인덱스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많은 나라에서 1950년대와 1960년대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이 많아졌다. 베이비붐 세대가 사회에 진출하고 평균 수명 증가로 인구가 늘어나서다.
베이비붐 세대는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성장을 위한 두 가지 조건인 노동 투입량과 생산성 증가를 만족시켰다. WSJ는 “베이비붐 세대들의 시장 진출은 노동력의 양을 크게 늘렸다”며 “이뿐 아니라 젊은 노동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움으로써 생산성도 함께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베이비붐 세대들은 나이를 먹고 은퇴하기 시작했다. 출산율이 줄고 있어 노동력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생산성도 내려가고 있다. 노동자들의 시간당 생산량은 젊은 시절에는 늘어나지만 점점 느려지다 은퇴할 때가 되면 급격히 떨어진다. 아놋과 차베스의 연구에 따르면 노동자의 생산성이 정점에 달하는 나이는 55세 직전으로 이후로는 생산성이 떨어진다.
WSJ는 “이번 연구의 의미는 명확하다”며 “실질 GDP가 3%대로 성장하는 것은 ‘오래된 비정상(old abnormal)’으로 1년에 몇 분기 정도는 3% 성장을 할 수도 있겠지만 연평균 3% 이상을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아놋 회장은 “2% 이하로 성장이 둔화되는 것 역시 여전히 성장한다는 것”이라며 “선진국 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져도 개발도상국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보다 경제 상황은 좋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짜 문제는 정책 결정자들이 성장률을 이전 기준에 맞추기 위해 적자 재정 등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뉴노멀을 받아들이라고 조언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뉴노멀
New Normal.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 또는 표준을 뜻하는 말로 여기서는 새로운 경제질서를 의미한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선진국뿐 아니라 그동안 빠르게 성장하던 신흥국들도 성장률이 둔화되는 등 저성장 기조가 세계 경제의 새로운 기준(뉴노멀)으로 자리 잡았다는 주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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