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없이 글라스 2개 붙여 0.1㎜ 유리에 회로 빼곡
G2 판매늘며 공장 풀가동, 불량률 제로 달성 구슬땀
‘강한 현장, 1등 제품, 전원 참여, 불량 제로.’
LG이노텍의 경북 구미2공장에서 터치 윈도를 생산하는 P6동 곳곳에 붙은 표어다. 이 곳에서는 LG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스마트폰 G2에 적용된 터치 윈도를 생산한다. 터치 윈도는 터치 센서와 휴대폰 화면인 투명 윈도를 결합한 입력 장치다.
LG이노텍은 2008년 처음 터치 윈도 연구개발(R&D)을 시작해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필름 없이 글라스 2개만 쓴 셀 타입의 커버 유리 일체형(G2) 터치 윈도 양산을 시작했다. 기존 글라스 한 개에 필름 두 장을 덧댄 필름전극방식(GFF)에 비해 두께는 얇게 하면서도 선명도를 높인 비결이다.
민감한 센서와 복잡한 회로 공정 때문에 생산라인엔 한 톨의 미세먼지도 허용되지 않는다. 무진복과 마스크, 무진화를 신고 정전기 방지를 위해 두 개의 장갑을 낀 후 에어샤워까지 마쳐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G2 양산 1기와 2기 공정도 이물질이나 긁힌 자국이 있는지를 찾기 위한 글라스 검사와 세정 작업부터 시작한다. 이어 코팅과 노광 작업을 거쳐 절연재 공정이 이어진다. 라인 한쪽 옆으로는 현상과 에칭, 박리 공정이 진행 중이었다. 0.01㎜ 두께의 유리에 눈에 보이지 않는 수천개의 설계 회로를 새기는 정밀한 과정이다.
G2 터치 윈도는 LG전자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옵티머스G에 처음 적용됐다. 커버유리 일체형 터치 윈도의 첫 양산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처음엔 제대로 된 완성품 비율인 수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옵티머스G의 초기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터치 윈도 개발팀의 마음 고생이 가장 심했던 때다.
김종일 터치 윈도 개발팀 수석연구원은 “당시엔 매일 저녁 7시 회의를 하고 다음날 아침까지 지적사항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꼬박 밤을 새우기도 했다”고 전했다. 300억원 넘는 연구비를 투입한 개발과정에서 다시 수백억원의 불량품을 버려야 했다. 개발팀 소속 40여 연구원들은 3개월 넘게 밤낮 없이 수율 높이기에 매달렸다.
김 수석연구원은 “고민 끝에 나온 답은 막을 입히는 증착 방식이 아닌 찍어내는 인쇄 공법이었다”며 “덕분에 오차를 줄여 정밀한 공정이 가능했고 공정수도 절반이 돼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표어대로 불량률도 크게 떨어졌다. 적용 초반에 비해 수율은 50%가량 상승했다.
지난달 선보인 LG전자의 전략폰 G2엔 보다 업그레이드된 G2 터치 윈도가 적용됐다. 베젤(테두리) 공간을 차지하던 배선을 양쪽으로 나눈 듀얼 라우팅(dual routing) 공법을 새로 도입해 베젤 두께를 1.9㎜까지 줄였다. 스마트폰 측면 두께까지 포함해도 2.65㎜에 불과하다.
홍혁진 터치 윈도 생산실장은 “2㎜도 안 되는 베젤은 세계 최초”라며 “휴대폰 크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화면을 키울 수 있어 손으로 잡는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큰 시트를 화면 크기에 맞춰 자르지 않고 미리 잘라서 가공하는 셀 방식으로 높은 강도를 확보했고 입체적인 디자인도 가능했다.
G2의 늘어나는 판매량에 대비해 요즘 공장은 완전 가동 체제다. 올 상반기 생산 규모도 기존의 두 배인 월 100만장으로 늘렸다. 회사 측은 2008년 터치스크린 사업을 시작한 후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한 2010년에 비해 올해 10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홍 실장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시장의 성장세와 함께 프리미엄급 터치 윈도 수요도 지속적으로 늘 것”이라며 “이에 대응해 휴대폰뿐 아니라 노트북 등에 적용할 수 있는 대형 터치 윈도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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