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송하진 전주시장 "천년고도 전주, '꿈의 소재' 탄소섬유 메카로 도약"

입력 2013-09-11 17:59  


“전주시가 탄소산업에 투자한다고 했을 때 정신 나간 소리라고 했습니다. 서울에서 못하는 걸 지방에서 어떻게 하느냐고요. 하지만 성공했고, 요즘 대기업에서 문의가 쇄도합니다.”

9일 전주시청에서 만난 송하진 시장(61·사진)은 전통 한지로 만든 부채를 펼쳐들며 전주의 미래를 얘기했다.

송 시장은 “지금까지는 전주 하면 전통 한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부챗살에 들어간 탄소섬유를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새끼손가락으로 들 정도로 가볍고 무쇠보다 튼튼한 탄소섬유로 만든 이 부채가 바로 전주시 미래의 징표”라고 말했다.

탄소섬유는 고강도·초경량화 등 국내 주요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기초복합소재다. 항공분야는 물론이고 스포츠·레저분야, 자동차·풍력, 건설 등 광범위한 산업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강도는 강철보다 10배, 탄성은 7배 이상 높으면서도 무게는 강철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제 2의 ‘산업의 쌀’인 셈이다. 하지만 탄소섬유는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다.

오는 2020년까지 전주시를 연 매출 10조 원 규모의 탄소산업 메카로 육성한다는 것이 그가 말한 전주의 미래다.

실제 효성은 전주시와 협력을 통해 2011년 일본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고강도 탄소섬유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5월 전주에 제1공장(연산 2000t 규모)을 준공하고, 확보한 기술력 상용화에 나섰다. 효성은 2020년까지 탄소섬유 분야에 1조2000억 원을 투자해 생산 능력을 1만7000t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GS칼텍스도 2015년 피치계 탄소섬유 생산을 목표로 전주에 공장을 착공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전주는 탄소섬유 산업의 양대 계열인 팬계(아크릴 섬유 소재)와 피치계(원유 잔여물 소재) 생산 기업을 확보하게 됐다.

전주시가 처음 탄소 사업에 뛰어든다고 했을 때 정부조차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고 송 시장은 회고했다. 일본, 미국 등 소수의 선진국이 기술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 자력만으로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송 시장은 전주시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산업 육성이 필수적이라 보고 이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현재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의 전신인 전주기계탄소기술원 등을 시작으로 연구개발 시설을 확보하는 한편 기업 유치에도 적극 나섰다.

그는 “탄소섬유 관련 기업체를 대상으로 용지 매입, 공장 건설 등에 최대 10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며 “전주시가 확보하고 있는 기술력과 시험개발 시설 등을 활용할 수 있어 대기업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 시장은 “경북 구미에도 일본 도레이첨단소재가 공장을 세웠지만 이는 탄소섬유 소재를 가공하는 공정만 있는 생산 시설“이라며 ”국내에서 원재료 생산부터 이를 응용하는 공정까지 갖춘 곳은 전주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관련 기업들을 집적시켜 전주시를 탄소산업의 전진 기지로 키운다는 게 그의 목표다. 탄소섬유 소재를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한 만큼 입주 기업을 현재 17개에서 100여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송 시장은 ”탄소섬유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기초 소재 산업인 만큼 정부가 나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면서 ”탄소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연구개발 속도가 진척돼야 하고 투자도 빠르게 이뤄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한경닷컴 김정훈 기자/최유리 기자 lennon@hankyung.com
사진=한경닷컴 변성현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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