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연극 삼총사, 열정이 살아있네

입력 2013-09-11 18:07   수정 2013-09-11 23:15

70대 연극 삼총사 원로배우 이순재·신구·오현경 씨 '시련', '아버지와…', '그것은…'서 열연



‘꽃할배’들이 올가을 연극 무대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케이블 채널 tvN의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서 꾸밈없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고 있는 이순재 씨(78)와 신구 씨(77), 올해 개봉한 영화 ‘전국노래자랑’에서 오영감으로 출연해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 오현경 씨(77) 등이 주인공이다. TV와 영화를 넘나들며 연기 활동을 하면서도 꾸준히 무대를 지켜온 ‘연극계의 어르신’들이다.

이들은 감각적이고 현대적 연출 기법의 작품들이 득세하는 연극계에서 각각 삶과 인간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배우 중심의 정통 연극으로 관객과 만난다.

이씨는 지난 5일부터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시련’의 연출을 맡았다. 그가 연출가로 나선 것은 1988년 연극 ‘가을소나타’ 이후 25년 만이다. 서울대 연극동문회 부설 극단인 ‘관악극회’가 지난해 ‘하얀 중립극’에 이어 두 번째로 올리는 ‘시련’은 미국 극작가 아서 밀러의 대표작이다. 1950년대 미국 매카시즘의 광풍을 다룬 작품으로 개인적 양심과 생존 사이에 치열하게 갈등하고 몸부림치는 인간 내면을 통찰력 있게 그렸다.

이씨는 원작과 대사 전달에 충실한 무대를 선보인다. 그는 “‘시련’은 극 중 인물 대사에 굉장히 집중해야 하는 작품이고 그런 면에서 문학성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며 “배우들이 표준어를 정확히 구사해 의미를 명확히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심양홍 최종률 김인수 등 서울대 출신 중견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공연은 오는 14일까지, 3만원.

신씨는 10일 서울 서초동 흰물결아트센터에서 막이 오른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서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노년의 아버지 역으로 등장한다. 제6회 차범석 희곡상 수상작인 이 연극은 죽음을 앞두고 힘겹게 투병하는 아버지와 그 곁을 지키는 가족의 이야기다.

자칫 진부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극에 생명력과 감동을 불어넣는 것은 신씨와 어머니 홍매 역의 손숙 씨 등 배우들의 힘이다. 신씨는 간 독소가 해독되지 않아 의식이 혼탁해지는 ‘간성혼수’ 증상을 겪는 환자의 고통, 삶의 미련과 회한 등을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표현한다. 그는 “간성혼수를 처음 들었고 주위에서 간암 말기 환자를 본 적이 없어 나름대로 조사하고 작가에게 물어보며 상상력을 보탰다”며 “아직 부족한 것이 많아 공연 끝날 때까지 계속 찾아보고 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은 배우의 예술’임을 실감할 수 있는 무대다. 공연은 내달 6일까지, 3만~5만원.

오씨는 오는 23~29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그것은 목탁 구멍속의 작은 구멍이었습니다’에서 방장스님 역으로 출연한다. 이 작품은 1990년대 대학로 최고 흥행 콤비인 이만희 작가, 강영걸 연출의 대표작이다. 조각가 출신 승려가 번뇌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행 방편으로 불상을 만들면서 겪는 구도와 깨달음의 세계를 그린다.

이번 공연의 특징은 오씨를 비롯, 이문수(64) 최종원(63) 박팔영(59) 등 주요 출연진 연령이 이전 공연들에 비해 훨씬 높다는 점이다. 오씨는 지난달 16일 열린 배우들의 삭발식을 마친 뒤 “이렇게 나이 많은 배우들이 모인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며 “연극은 연기자들 간 호흡이 중요한데 이번 작품에서 그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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