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법상 산업자본으로 분류될까 '우려'
이 기사는 09월10일(15:1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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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실패로 끝난 후, 당시 인수 후보로 나섰던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의 소회는 이랬다. “(한국투자)저축은행 경영을 하면서 열심히 경험을 쌓을 겁니다.” 다시 한번 도전의 기회가 주어지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시중 은행을 인수하기에 앞서 실력부터 기르겠다는 현답이었다. 그로부터 1년 여가 지나 우리금융지주 분할 매각이라는 호재가 다시 한번 찾아왔다. 김 부회장이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에 금융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 인수 의욕은 강한데…
외국계 투자은행(IB) 전문가들은 올 초부터 한국금융지주를 줄기차게 찾아갔다. 지주에서 분리될 우리은행 혹은 지방은행을 인수하라고 자문하기 위해서다. 특히 한국금융지주가 호남 기업으로 분류된다는 점을 들어 IB들은 광주은행 인수를 적극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구 부회장의 부친인 김재철 동원산업 회장의 고향이 전남 강진이다.
이에 대해 한국금융지주의 공식 입장은 “검토한 적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드물다. IB업계 관계자는 “은행, 보험을 거느리지 못한 금융지주회사인 한국금융지주로선 이번 우리금융 분리매각은 다시 찾아오기 힘든 기회”라며 “인수 가능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만해도 M&A(인수·합병) 자문 기능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 컨설팅 기능에다 인수금융을 결합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인수금융은 기업이 M&A를 할 때 시중 은행들이 대출을 해 주는 것으로 수신 기능이 없는 증권사들은 엄두를 못 내던 영역이다. 만일 한국금융지주가 광주은행을 자회사로 갖게 되면 증권과 은행을 결합한 CIB 체제를 갖추게 된다.
◆금융지주회사법이 걸림돌
인수 욕구가 강한데도 불구하고 한국금융지주가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금융지주회사법상 걸림돌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금융지주는 비은행지주회사로 금융주력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광주은행을 인수하는 데엔 문제가 없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문제는 광주은행을 인수한 뒤 한국금융지주 산하 계열사로 두게 되면 한국금융지주는 지방은행지주회사가 되기 때문에 한국금융의 지배구조에 대한 검토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한국금융지주의 경영권을 가진 이들이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인 지 여부를 판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비금융주력자로 결론이 나면 금융지주회사법 제8조 2항에 따라 김남구 부회장 등 특수관계인은 한국금융지주 지분을 15% 이하로 떨어뜨려야 한다. 우리은행을 인수할 경우 지분 보유 한도는 9% 아래로 내려간다. 어떤 걸 인수하든 은행을 사는 순간 김 부회장으로선 한국금융지주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는 얘기다.
한국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김남구 부회장(20.23%)으로 부친인 김재철 동원산업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하면 22.63%다. 만일 김남구 부회장과 특수관계인을 금융주력자로 본다면 한국금융지주는 광주은행, 우리은행을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한국금융지주 지분을 낮출 필요가 없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아직 대주주 적격 심사 요청이 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단정해서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동원산업과 관련된 특수관계인이 한국금융지주 지분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다면 비금융주력자 여부를 면밀히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결국 김 부회장으로선 경영권 위협을 감수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은행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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