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300여건 아이디어 접수
방문규 실장 "예산안에 반영"
“휴대폰으로 상인과 고객을 연결해주는 ‘전통시장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들어 국민에게 제공하는 방안은 어떨까요.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젊은 고객들을 재래시장에 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
1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16층 회의실. 방문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등 정부 관계자와 대학생, 직장인, 주부 등 일반 시민 8명이 마주 앉아 보다 효율적인 정부예산 집행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내년 정부 예산안 국회 제출 시한이 20일도 남지 않은 시점이라 방 실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시민들의 의견을 일일이 수첩에 적어가며 경청했다.
이날 행사는 정부가 예산 편성 과정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기 위해 마련한 ‘국민과 함께하는 예산’ 간담회. 기재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국가재정에 대한 아이디어 2388건을 접수했고, 이 가운데 정책 자료로 참고하기로 한 60건의 당선작을 뽑았다.
간담회 참가자들은 이날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정부 예산안이 엄격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효율적으로 쓰여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제안했다. 경북 안동에서 온 박경환 씨(51)는 “중국 베트남 등에서 온 결혼 이주 여성을 ‘문화해설사’로 양성하면 출신국에서 보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참가자는 “전기사용량이 일정 용량에 도달할 경우 문자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국제·국내 행사 지원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학생 최윤영 씨(21)는 “다들 국제대회 유치가 막대한 경제적인 파급효과를 가져다 준다고 홍보하지만 실제 파급 효과에 대해선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사례로 들며 “2010년 9만8611명이었던 대구 외국인 방문객 수는 2011년 10만6028명으로 조금 늘었지만 다음해에는 9만8529명을 기록,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와 국토교통부 등 정부부처 참가자들도 다양한 의견을 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소득자가 국가장학금을 부당하게 받지 않도록 해 달라”며 장학금 지급 기준의 재조정을 제안했다. 국토부의 임대주택 사업,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 패키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방 실장은 “제한된 재원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나라살림을 짠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며 “오늘 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내년 나라살림에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간담회에서 수렴한 의견과 아이디어 공모전 당선작을 2014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 반영하도록 검토하기로 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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