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와 지자체 간 복지 책임 떠넘기기 꼴사납다

입력 2013-09-12 18:16   수정 2013-09-12 22:26

기획재정부와 광역지자체가 복지예산을 놓고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기재부가 무상보육 국고보조율을 서울은 20%에서 30%, 지방은 50%에서 60%로 올리고 취득세 영구 인하에 따른 지자체 세수 감소를 메워주기 위해 지방소비세율을 5%에서 11%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지자체장들은 이 정도로는 어림없다며 거부했다. 지자체장들은 내년 7월 기초연금 도입 등을 고려하면 국고보조율 인상폭은 20%포인트, 지방소비세율은 16%는 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기재부는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추가 지원은 어렵다고 난색이다. 복지예산 부담을 절충하기 쉽지 않아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예정대로 이달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소리가 나온다.

대책 없는 무상복지 소동으로 곳곳에서 돈이 없다는 아우성이 빗발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무상급식은 되고 무상보육은 안 된다는 묘한 복지론으로 대정부 투쟁까지 벌였지만 결국 결론은 지방채 발행이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아예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했다. 돈 타령은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각 부처들이 기재부에 요청한 내년 복지예산 규모가 108조4000억원이나 된다. 올해 이 분야 예산 97조4000억원보다 11.3%나 많다. 기재부는 이를 105조원 수준으로 조율 중인 모양이다. 그렇지만 이미 내년 적자예산은 기정사실이 돼버렸다. 2014년부터 재정수지를 흑자로 만들겠다고 했던 중장기 재정운용계획은 산산조각 났다.

지자체도 적자, 중앙정부도 적자다. 무상복지 천국을 만들어주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게 엊그제인데 벌써 밑천이 드러나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발뺌이다. 특히 지자체장들은 3년 전 지방선거 때 복지 공약을 그렇게 쏟아내더니 이제 와서는 지자체가 다 죽게 생겼다며 정부 지원만 바라 본다. 김 지사처럼 돈이 없어 포기한다고 고백하면 솔직하다는 말이라도 들을 것이다. 무상복지의 허무한 종언이 임박했다. 결말이 너무 뻔한 바보게임이다. 이런 지경에 정부마저 정신을 못차리고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적자 수렁에서 헤어날 길이 없다. 파탄만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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