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파트너의 시너지 창출…HP가 성공모델

입력 2013-09-13 06:59  

Let's Master - 네트워크 시대의 창업전략

양측 신뢰바탕 역량 극대화…모범적인 협력관계의 사례

경험·투자 여력의 시니어…아이디어·열정의 청년 협력
상호 보완…최고의 창업모델




30년 가까이 대기업에 근무하다 명예퇴직하고 최근 중소기업에 입사한 박 전무는 노후생활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산다. 매주 골프나 등산을 할 만큼 건강에는 자신 있지만, 퇴직 후 생활에 대해 뚜렷한 방향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가생활만 즐길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렇다고 선뜻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 자신도 없다. 퇴직 후에도 친구들에게 내밀 수 있는 명함, 가끔씩이라도 나가서 일할 수 있는 사무실, 약간의 월급을 원하지만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박 전무처럼 향후 5~6년 내 은퇴 예정인 대한민국 베이비붐 세대는 약 6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앞으로 평균 수명을 감안할 때 창업은 중요한 대안 중 하나다. 경제여건이나 개인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들 중 약 10% 정도만 창업을 한다고 가정하면 약 60만개의 사업장이 새로 생기게 될 것이다. 또 20%에 육박하는 청년실업률에 대한 대처방안 및 창조경제를 이끌 벤처육성 차원에서 청년창업을 적극 유도하고 있는 만큼 신규 창업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창업에 성공해 안정을 찾을 수만 있다면 개인뿐 아니라 사회, 국가적으로도 많은 이점이 있다. 문제는 어떻게 신규 창업의 생존 및 성공 확률을 높일 것인가다. 통계에 따르면 신규 창업의 경우 70% 이상이 3년 내 폐업을 하거나 사업유지가 어려운 경영부진 상태에 직면한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실패 시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창업전략이 필요하다.

#시너지 만들어낼 파트너를 찾아라

성공한 기업에서 발견하게 되는 중요한 특징이 있다. 성공을 설명할 수 있는 두 명의 핵심 인물이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한 명은 그 기업의 창업자다. 다른 한 명은 창업자를 뒷받침해 준 투자자이거나 연구기술개발자, 영업담당자다.

적합한 파트너의 존재는 사업이나 업무추진 시뿐 아니라 창업과정의 난관을 돌파해나가는 데 있어 심리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실리콘밸리 벤처 성공의 대명사가 된 휴렛팩커드는 빌 휼렛과 데이비드 패커드, 두 사람의 협력에서 출발했다. 고 구인회 회장과 허남석 씨의 모범적인 협력관계에서 성장한 LG그룹도 좋은 예다.

적합한 파트너의 핵심 요소는 신뢰관계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보완적 역량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신뢰관계다. 신뢰가 형성돼 있지 않으면 작은 문제에서도 쉽게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 사업 추진의 위험요소다. 일반적으로 창업 시 가족이나 가까운 친지들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신뢰관계 때문이다. 상호 시너지 창출 부분은 업종의 특징에 따라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

전형적인 예는 대표자가 사업 자금조달 및 경영을 담당하고, 파트너가 상품이나 서비스 설계, 개발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파트너 중 한 명은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을 총괄하고, 다른 한 명은 판로나 마케팅 부문을 담당하기도 한다.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서는 적합한 파트너를 찾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창업에 관심이 있다면 역량 있는 창업자의 파트너로서 자신을 준비해 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멘토·협력·동업 과정에 관심 기울여야

대기업 SI업체에서 근무하다 10년 동안 정보시스템 개발 및 관련 컨설팅 업체를 운영해온 정 사장은 1년 전부터 업종 전환을 모색하고 있었다. 작년 여름 우연히 창업아이디어를 발표하는 모임에 참석했다가 전산인프라 보안관리 대행 사업모델을 발표한 대학원생들을 만나게 됐다. 그들의 사업모델에 관심을 갖게 된 정 사장은 학생들과 교류를 시작했다. 온라인상에서 틈틈이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직접 만나 자신의 실무경험을 토대로 소프트웨어의 개선점 및 시장에서 실질적 위험요소에 대해 조언해줬다. 소프트웨어 개발 시에는 테스트에 필요한 장비도 빌려주고, 외부 인증을 받는 과정도 도와줬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과 정 사장 사이에 깊은 신뢰관계가 형성되면서 공동 창업으로 이어졌다.

사회적 경험이 많고 투자 여력이 있는 시니어층과 사업 아이디어가 있고 열정적인 청년층과의 협력창업은 상호 보완성이 높다는 점에서 좋은 창업 모델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그런 관계를 발견, 촉발하고 심화할 수 있는가다.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시사점은 그런 만남을 촉진할 수 있는 온라인, 오프라인상의 기회를 증대시켜야 한다는 것과 상호 간 조언 할 수 있는 관계 형성에 있다.

40~50대 창업그룹은 대한민국 산업화 과정에서 축적한 핵심 지식 및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경영관리는 물론 기술 개발, 상품화, 양산화, 고객서비스, 수출시장 개척 등 다양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이런 경험을 활용, 창업과정에서 조언해 주는 관계가 맺어진다면 성공적인 창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상호 조언 관계를 통해 사업모델의 개선이 가능할 뿐 아니라, 서로 간의 특징이나 역량도 확인할 수 있다.

상호 공감대가 축적되면 실제 업무상의 협력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창업과정에 필요한 사항에 도움을 준다든지, 여건이 된다면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업무에서 협력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동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 성공적 창업을 위해서는 좋은 사업아이템을 발굴하고 개인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 못지않게,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좋은 파트너를 발굴하고 관계를 심화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협력창업 촉진 교류의 장(場) 마련돼야

개인의 제한적 인맥으로 파트너를 찾아 공동으로 창업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보다 넓은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비슷한 업종이나 기술, 상품, 시장별로 관심영역이 비슷한 그룹 간의 교류가 촉진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이를 위한 예비창업자들의 노력이 필요할 뿐 아니라, 정부를 포함한 사회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협력창업 박람회나 유사관심 그룹 간의 창업아이디어 교류회를 활성화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활용할 수 있다면 창업 멘토링 관계형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중소기업을 위한 전문 포털이나 창업자들과 투자자들을 연결해 주는 시스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의할 점도 있다. 새로운 인맥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일정한 절차나 관리체계 같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예비창업자 등에게 멘토로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자격을 검증하고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은퇴자가 가진 전문역량을 검증하고 전산화함으로써 인력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창업자가 제시한 사업모델이나 기술 등에 대해서 전문가 그룹이 신속하게 평가할 수 있는 방식도 효과적일 수 있다.

정재우 < 드림포털운영컨소시엄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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