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컨 등 고부가제품 확대…세계 최대 육류기업 변신 '꿈'
고교 중퇴…밑바닥 인생
국영 도살장 사무직으로 출발…술·담배 않고 일…'워커홀릭'
'돌직구' 정면돌파로 위기 극복
외국자본 유치로 민영화 시켜…유해성분 논란에 '깨끗이 승복'
세계인의 식탁 잡는다
M&A계기 신기술·인력 집중…올 매출 500억 위안 예상
9년 전 중국 허난성의 당서기실. 당시 당서기를 맡고 있던 리커창에게 한 남자가 찾아왔다. 리 서기는 이 남자를 향해 “무슨 문제가 있느냐, 도와줄 테니 말해보시라”고 정중하게 말을 건넸다. 잠시 머뭇거리던 남자는 자신의 회사가 만든 육가공 제품이 쓰촨성 등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 널리 유통되고 있는데, 정작 본사 소재지인 허난성에서만 팔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방정부가 지역 정육회사를 과잉보호하면서 정작 소비자들이 좋은 제품을 만날 기회를 빼앗고 있다는 것이었다.
리 서기는 이 남자를 만난 직후 허난성의 경제정책 담당 부서에 다른 기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없애라고 지시했다. 다른 기업인들은 당서기에게 잘 보이려고만 애쓰는데, 이 남자는 자신의 문제점을 들고와 정면돌파하려고 한 것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리 서기는 중국 총리가 됐고, 이 남자는 최근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가공업체 회장이 됐다. 중국 솽후이그룹의 완룽 회장(72)의 이야기다. 그는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며 단숨에 세계 무대의 ‘빅 스타’로 떠올랐다.
완룽 회장은 월가에서 가장 주목하는 중국 기업인 중 하나다. 그는 지난 6일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로부터 미국 최대 돼지고기 가공업체 스미스필드푸드 인수 승인을 받아냈다. 완 회장의 스미스필드푸드 인수 금액은 총 71억달러(7조7567억원).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다.
○고교 중퇴…도살장 사무직으로 첫발
완 회장은 고등학교도 제대로 못 마쳤다. 허난성 출신인 그는 1960년대 초 군에 입대, 철도를 놓는 병사로 복무하다가 1968년 제대하면서 낙향했다. 작은 국영 도살장 솽후이에 사무직으로 취업했다. 14년간 밑바닥부터 보고 배웠다. 1984년, 그의 성실함을 알아본 회사는 그에게 경영을 맡겼다. 당시 솽후이는 허난성의 주요 10개 육류회사 중 매출 9위인 작은 회사에 불과했다.
완 회장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다른 국영기업과 달리 수익률에 집중, 솽후이를 큰 기업으로 키우고 싶었다. 당시 중국의 육류 가격은 중앙정부가 정한 가격에 팔아야 했다. 올릴 수 있는 매출이 뻔했다. 그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우선 러시아와 이스라엘 등에 수출길을 열었다. 솽후이는 수출을 계기로 ‘작지만 강한 회사’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평생 술도, 담배도 하지 않고 일에 집중하는 완 회장을 직원들은 ‘워커홀릭’이라고 부른다. 그가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은 매일 식사 직후 걷는 30분이 전부다. 그가 육가공업계 1인자가 된 성공 철학은 단순하다. “난 평생 돼지고기를 잡고, 고기를 만들어 파는 것만 고민했다.”
○1990년대 기술혁신…위기도 정면돌파
솽후이를 수출기업으로 만든 완 회장은 기술혁신에서 두 번째 성공 발판을 마련했다. 1990년대 중국에는 돼지고기 유통 혁명이 있었다. 평균 유통기한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 설비시설은 모두 일본에서 수입했다. 계약서에는 하루 8시간 사용, 12개월 내 품질을 보증한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그는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기계를 가동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기술자들도 그의 열성에 두 손을 들었다. 12개월이 채 안됐는데 계속 기계를 고쳐야 할 일이 생기자 계약서 내용을 수정하기에 이른다.
완 회장은 2006년 솽후이를 국영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더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재 솽후이의 지분은 완 회장 등 경영진이 30%가량을 보유하고, 골드만삭스와 중국 사모펀드 CDH벤처스가 각각 지분 5.18%와 33.7%를 갖고 있다. 원자바오 전 총리의 아들 원윈쑹이 운영하는 사모펀드는 지난해 말까지 솽후이의 지분 4.15%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탄대로만 있던 건 아니다. 2011년 커다란 위기가 찾아왔다. 당시 ‘건미저(건강하고 보기 좋은 돼지)’라는 솽후이의 돼지고기가 인체에 유해한 가축성장촉진제를 먹여 키운 것으로 밝혀지면서다. 중국 정부가 2002년부터 사용을 전면 금지한 이 성분을 먹인 것으로 알려지자 대규모 불매운동이 펼쳐졌고, 중국 정부의 감사가 이어졌다.
‘돌직구’를 던지기로 유명한 완 회장은 위기도 정면돌파했다. 깨끗하게 잘못된 점을 인정하고, 신뢰 회복에 애썼다. 10단계가 넘는 철저한 검역시스템을 도입하고 식품 가공현장을 공개하는 등 직접 나서 소비자와 소통했다.
○중국 식탁서 세계인의 식탁으로
정면돌파는 통했다. 올해 솽후이의 예상 매출액은 500억위안. 연 270만t의 돼지고기와 30만마리의 육우, 60만t의 닭고기 등을 유통하는 중국 최대의 육류 가공회사가 됐다. 그는 2년 전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솽후이가 2015년 연 1000억위안 매출을 달성하면 은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완 회장은 “인수합병 후 육류업계의 선진기술과 자원, 인재 등 역량을 집중하고 상호 보완성을 발휘해 세계 최대 육류 가공업체로 변신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육류 가공 제품을 늘리는 데 집중해온 만큼, 이번 M&A를 통해 베이컨을 비롯한 스미스필드의 고급 제품을 솽후이와 접목할 것이라는 뜻이다.
중국 내 돼지고기 공급량 감소를 기회로 삼으려는 완 회장은 전략도 돋보인다. 현재 중국의 연간 돼지고기 소비량은 5000만t가량으로, 전 세계 소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은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이다. 하지만 최근 도시로 진출하는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이주 노동자)이 늘어나면서 농촌 양돈업 종사자가 줄었고, 양돈업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각 지방정부도 양돈사업을 꺼리고 있다.
이번 미국 스미스필드 인수전에도 위기는 있었다.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이 중국의 식품 위생 악화문제를 이유로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차이나마켓리서치 관계자는 “솽후이가 중국 소비자의 미국 식품 안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번 인수건을 추진했다”며 “솽후이가 매우 영리하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그의 ‘돌직구’는 이번 위기에도 기지를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인수 여부를 심사하는 미국 관료들을 향해 그는 “우리는 탱크나 총, 해커를 수출하지 않는다. 우리가 수출하는 건 오로지 돼지고기”라고 못박았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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