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 회장 "가족내 문제…언급할 게 없다"
동양, 일부 계열사 오리온에 넘길 가능성도
ABS 발행 무산 땐 법정관리 신청할 듯
투자자 피해는 불가피…'제2 저축銀 사태' 우려
동양그룹의 마지막 승부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이혜경 부회장은 최근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과 담철곤 회장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이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5000억~1조원의 자사담보부증권(ABS)을 발행,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상환하겠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오리온그룹 대주주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동양그룹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지원받을 경우 그룹 재편을 위한 시간을 벌게 되지만, 지원을 받지 못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키를 쥐고 있는 오리온 대주주는 “가족 내 문제”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오리온그룹, “가족 내 문제”
동양그룹 창업주 고(故) 이양구 회장의 둘째딸인 이 부회장과 사위인 담 회장은 동양그룹의 지원 요청에 대해 13일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담 회장은 “가족 내 문제여서 언급할 게 없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의 취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아직은 숙고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오리온 내부 일각에선 부정적 기류가 감지된다. 오리온의 한 관계자는 “동양그룹과 오리온은 다른 길을 걸어온 지 10년이 넘고 독자 경영을 하고 있다”며 “아무리 오너 가족이라 해도 지원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족 문제인 만큼 어떤 결정이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오리온 관계자들도 “그룹 차원이 아니라 대주주 개인 차원의 일이라 대주주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이 “CP를 오너 일가에서 책임지라”고 압박하는 것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성사시 연말까지 ‘숨통’
오리온 대주주가 동양그룹이 발행할 ABS에 신용보강을 할 경우 동양그룹은 다음달 중순까지 사모 형태로 투자자를 모집해 ABS 발행을 마칠 예정이다. ABS 대신 자산담보부대출(ABL) 등 다른 형태가 될 수도 있다.
ABS 발행이 성공해 5000억~1조원을 조달하고, 동양매직 매각대금(약 1100억원 예상)을 KTB컨소시엄 등에서 받게 되면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CP 및 전자단기사채 1조437억원 중 상당부분을 상환할 수 있게 된다. 동양그룹으로선 상당히 시간을 버는 셈이다.
일부 자산을 아예 오리온 측에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양그룹은 오리온 주식을 신용보강에 쓰는 대가로 동양증권 지분 등을 가져가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그룹이 보유한 동양증권 지분 가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일부 계열사를 오리온 측에서 가져갈 경우 오리온그룹 위주로 두 그룹 관계가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동양그룹은 ABS를 발행하더라도 자산 매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ABS 만기가 돌아오면 이를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양그룹은 최근 동양레저가 보유한 동양파워 지분 24.99%를 2000억원가량에 매각하기 위해 여러 대기업과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거절 때는 법정관리 가능성
오리온 대주주가 지원을 거절할 경우 동양그룹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동양그룹은 이에 대비해 오리온 외 다른 여러 금융회사들에도 신용보강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이마저도 실패할 경우 시장에서는 상당수 계열사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법정관리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며 “회사채와 CP를 대규모로 털어내고 새롭게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에는 회사채 및 CP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동양증권을 통해 팔려나간 CP 중 5000억원가량은 개인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금융감독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들이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나설 경우 ‘제2의 저축은행 사태’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우려다.
이상은/박준동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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