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 못한 '반값식당' 서울시, 1억8천만원 투입 불구 방치…상인 반발에 정책 백지화

입력 2013-09-15 16:35   수정 2013-09-16 02:32

서울시, 1억8천만원 투입 불구 방치…상인 반발에 정책 백지화


지난 13일 서울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 3번 출구 인근 골목에 있는 ‘협동나무 저축식당’. 서울시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반값에 식사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6월 완공한 ‘1호 저축식당’이다. 그런데 이날 기자가 찾은 이 식당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닫힌 문 옆 유리창으로 보이는 식당 내부엔 누군가 마시다 남긴 생수 한 통과 종이컵만이 식탁에 놓여 있었다. 입구 주변 창가는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곳곳에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저축식당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6월 완공된 이후 한 번도 문을 열지 않았고, 이 상태로 계속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밥 굶는 사람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저소득층 복지 정책의 하나로 야심차게 추진한 ‘반값식당’ 정책이 결국 백지화됐다.

이영철 서울시 자활사업팀장은 “지역 영세상인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 저축식당 정책을 접기로 했다”며 “영등포에 있는 1호 저축식당도 지역 주민들을 위해 다른 용도로 개조할 것”이라고 15일 밝혔다.

저축식당 정책은 노숙자나 일용직 근로자 등 저소득층이 밥값을 내면 이 중 절반을 적립해 창업자금 등으로 돌려주는 사업으로, 반값식당으로 불린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올 2월 자신의 트위터에 “2500~3000원 수준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반값식당’을 대거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본격 추진됐다. 이는 박 시장이 취임 초반 내놓은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에 이어 두 번째 반값 시리즈 정책이다.

하지만 반값식당 정책에 대해선 처음부터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반값식당이 영세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생계를 위협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가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한 채 포퓰리즘(대중 인기 영합주의) 정책을 추진한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시는 당초 시내 곳곳에 대형 반값식당을 세우겠다는 계획에서 한발 물러나 영세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식당 상권을 피해 일부 지역에서만 반값식당을 열기로 계획을 바꿨다. 시는 우선 쪽방촌과 노숙인이 밀집한 영등포시장 인근에 6월 제1호 저축식당을 완공했다. 매입 및 공사비를 포함해 1호 저축식당 준비에 들어간 서울시 예산은 1억80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주변 상인과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인근 상인들은 반값식당의 저렴한 가격 때문에 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 지역 주민들도 영등포역에 상주하는 노숙자들이 몰려올 수 있어 주거 환경이 나빠진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박 시장은 6월10일 현장시장실 운영을 위해 이곳을 찾았지만 당시 주민 대표단의 거센 항의에 시달려야 했다. 이 때문에 반값식당은 6월 완공된 후 3개월 동안 문을 열지도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후에도 지역주민들과 반값식당 운영을 위해 세 차례 간담회를 열었지만 설득에 실패하자 결국 저축식당 정책을 백지화한 것이다. 시 관계자는 “영등포 1호 저축식당은 주민들과의 추가 협의를 거쳐 금융복지상담센터나 어린이 놀이방으로 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시는 다른 지역에 문을 열려고 했던 저축식당 계획도 완전히 접었다. 시 고위 관계자는 “애초부터 반값식당 정책은 영세 상인들의 피해와 함께 시장논리를 간과한 비현실적인 정책이었다”고 지적했다.

강경민/김태호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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