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파라과이의 벤치마킹 모델입니다. 50년 전만 해도 가난한 농업국이던 한국에서 세계 1위 반도체 기업과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가 나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열린 ‘라틴아메리카-코리아 인베스터 포럼(LA-KIF)’에 참석한 롤랜드 홀스트 파라과이 중앙은행 총재(사진)는 “과거 한국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을 살펴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땅덩이가 작고 부존자원이 없기는 파라과이도 마찬가지”라며 “비슷한 처지였던 한국이 단숨에 세계 12위 경제대국이 된 이유를 알아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홀스트 총재는 파라과이 아순시온 증권거래소 사장과 미국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의 채권 리서치 부문 대표를 거쳐 2011년 파라과이 중앙은행 총재에 올랐다. 파라과이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및 금융감독 기능뿐 아니라 경제정책 수립에도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
홀스트 총재는 과거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파라과이도 세계와 소통하는 ‘개방형 경제’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탄탄해진 펀더멘 털을 토대로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 이들의 남미 생산거점이 되겠다는 청사진이다. 이를 통해 농업과 내수가 중심인 경제의 축을 상공업과 수출로 옮긴다는 게 파라과이 정부의 구상이다.
파라과이의 외환보유액은 2003년 10억달러에서 올 상반기 58억달러로 늘었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은 9.3%에서 0.6%로,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 부채는 36.4%에서 12.5%로 하락하는 등 대다수 거시지표가 좋아졌다. 올해 국내총생산은 13%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홀스트 총재는 “파라과이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주변국에 비해 땅값과 임금이 싸고 세제 혜택도 많다”고 자랑했다. 이어 “반경 160㎞ 이내에 2억명의 인구가 자리잡은 데다 관세협약에 따라 주변국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만큼 글로벌 기업의 남미 생산 거점으로 적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파라과이 정부가 향후 5년간 30억~35억달러를 도로 철도 등 인프라 건설에 투자할 계획인 만큼 한국 건설업체와 금융회사도 좋은 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상헌/정영효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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