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투자상담사 시험에 앞서 증권사들이 잇따라 설명회 등을 열어 투자권유대행인(투권인) 유치에 나서고 있다.
증권사들이 불황 속 영업점 축소 등으로 부족한 리테일 영업력을 확충하기 위해 '용병' 구하기에 나선 것. 투권인은 판매수익의 일정 부분을 보수로 지급받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선 고정비 부담을 들이지 않고 영업력을 확충할 수 있다.
투권인은 증권투자상담사, 펀드투자상담사 등 관련 자격증을 획득하고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특정 증권사와 계약을 맺고 일부 금융투자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들은 지난 14일 처러진 펀드투자상담사 자격시험에 앞서 무료 강좌 등과 함께 투권인 모집 설명회를 개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1일 본사 대강당에서 펀드투자상담사 자격시험 대비 무료강좌를 열었다. 지난 10일 KDB대우증권도 투자권유대행인 모집 설명회를 진행했다. 설명회 참석자에게 영화예매권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가를 유도했다.
투권인은 기본급이 없는 대신 유치 고객의 주식 및 금융투자상품 판매수익의 일정부분을 가져간다. 통상 주식의 경우 유치 계좌에서 거래가 발생할 때 온라인 매매수수료는 60%, 오프라인 매매 수수료는 30%를 보수로 받아간다. 펀드 등 금융상품의 경우 수수료의 60%를 인정받는다.
최근 투권인 모집에 나선 일부 증권사들은 추가적인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올해 투권인에게 보수율을 상향 적용해 금융상품은 80%, 주식 매매수수료의 경우 온라인 70%, 오프라인 50%를 적용한다.
경조사비 지원 등 해외연수와 같은 지원제도도 확충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기존에 투권인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들은 투권인 대상 주식 모의투자대회(하나대투증권), 스크린골프 대회 개최(한국투자증권) 등 다양한 행사를 열고 관리에 나섰다.
최근 몇 년간 투권인은 증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8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와 계약을 맺은 투권인(증권업계 한정)은 1만8023명. 지난해 말(1만8567명) 대비 다소 감소했지만 2011년 말(1만7423명)보다 600명(3%) 증가했다. 2009년 말에 비해 2718명(17%) 늘어났다.
현재 투권인 보유 인력이 가장 많은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2704명). 2011년 말 1875명에서 지난해 2752명으로 829명(44%) 늘어난 데 이어 올해도 48명(1.7%)을 충원했다. 이어 하나대투증권(2684명), 한화투자증권(2468명), 삼성증권(2448명), 동부증권(1909명) 등의 순이다.
투권인의 주류는 보험설계사, 재무설계사 등으로 추정된다. 기존 고객과 인맥을 활용해 금융상품을 판매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명함에 대형증권사의 투권인이란 점을 밝혀 보험 영업 등 기존 영업활동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려 한다는 점에서 투권인 준비자들이 대형 증권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기대에 비해 실제 성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험 혹은 재무설계사의 영업대상이 고액 자산가보다 규모가 적은 일반 투자자여서 실제 성과가 적립식 펀드 판매 등에 치중하는 한계가 나타났다는 게 업계의 설명.
삼성증권 관계자는 "적립식펀드의 경우 월 이체액의 17~18% 가량이 투권인 관련 계좌에서 발생하고 있다" 면서도 "사업 시작 당시 기대보다는 고액 자산가 유입 등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보험설계사의 인력 풀(pool)이 제한적이고 상대적으로 전문적인 금융지식이 미흡하다는 점, 부정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이 문제로 꼽혔다. 투권인이 처음 계약을 튼 후 고객을 관리하지 않아 증권사 직원과 갈등이 생기는 사례도 종종 발생했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활동하지 않아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투권인이 다른 증권사로 옮겨가는 '허수'들도 있다" 며 "투권인을 희망하는 보험설계사 수요에 한계가 있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법무사 등으로도 모집 대상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상품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 지인인 투권인을 끼고 우회적으로 상품을 권유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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