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소재' 새 지평 연다 下]'50억달러' 시장을 잡아라···韓·日 탄소섬유 빅매치 열린다

입력 2013-09-16 09:45  

탄소섬유는 매년 수요가 10% 이상 늘고 있는 고부가가치 소재다. 1970년대 초 상업화 이후 40년 만에 수요 확장기를 맞고 있다. 특히 다양한 산업군에서 에너지 절감을 위한 경량화가 초유의 관심사인 만큼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탄소섬유의 적용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5만t 규모의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2015년 8만t, 2018년 11만t에 이어 2020년엔 13만t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탄소섬유 시장 경쟁 본격화···태광·효성·도레이 생산증설 돌입

태광과 효성이 탄소섬유 양산에 들어가면서 그동안 관련 산업을 독점해온 일본과의 경쟁 구도 역시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내 탄소섬유 시장에 후발 업체들이 생산시설을 갖추면서 일본 업체들은 생산량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도레이 한국법인 도레이첨단소재는 효성의 전주공장 준공에 맞춰 구미에서 연산 2200t 규모의 탄소섬유 1호기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내년 3월엔 2호기 증설로 연간 4700t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추후 3호기 증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레이첨단소재 관계자는 "구미공장에서 생산되는 탄소섬유는 해외로 수출되는 물량이 내수보다 2배 더 많다"면서 "효성 등 한국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품질과 기술력은 물론 코스트 다운(가격 인하) 경영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효성은 일본이 장악하고 있던 스판덱스(합성섬유)와 타이어코드(타이어 고무 내부에 들어가는 보강재) 분야에 뛰어든지 10년 만에 업계 1위로 올라선 경험이 있어 일본 업체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이동욱 한맥투자증권 연구원은 "도레이의 구미 공장 증설은 결과적으로 국내 업체가 탄소섬유 분야에 진출한 것에 대한 일본 업체들의 견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 생산공정 개선·응용 분야 연구 지속해야…정부 지원도 필수

일본 등 탄소섬유 선도국과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선 지속적인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다. 국내 탄소섬유의 수요처가 아직은 제한적인 데다 응용기술 장벽도 높아 당분간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우선 공정 개선을 통해 생산비를 낮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탄소섬유는 적용 범위가 무궁무진함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이 이를 제한하고 있다. 현재 탄소섬유 가격은 kg당 20~40달러로 1t을 만들기 위해선 1억원 가량의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든다. 따라서 가격 수준을 kg당 10달러 이하로 낮춰야 자동차 부품 등에 폭넓게 쓰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종규 국방과학연구소(ADD) 책임연구원은 "주요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가격 싸움이 될 것"이라며 "과거 일본 업체가 덤핑 공세로 국내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은 전례가 있는 만큼 생산가를 낮추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탄소섬유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응용 연구도 당면 과제로 꼽힌다. 탄소섬유를 응용해 다양한 성능과 등급의 복합 소재를 양산하고 있는 일본에 비해 한국은 가야할 길이 먼 상황이다.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위해선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탄소섬유 같은 기초 소재 산업은 장기간 연구와 투자가 이어져야 하기 때문에 일반 기업이나 지자체가 주도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

이영석 충남대 정밀응용화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보다 50년 앞서 탄소섬유를 개발한 일본은 지금도 정부가 나서 응용 연구를 지원해주고 있다"며 "우리도 정부가 나서 관련 연구와 기업들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최유리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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