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위기의 벤처 캐피털] (1) 앞뒤 안 맞는 벤처투자 정책‥정책금융공사·산업은행 통합, 벤처기능 축소 우려

입력 2013-09-16 14:45  

벤처 자금출자-운용 기능 겸하는 ‘수퍼갑’ 등장
민간 창투사 "불공정 경쟁' 비판, 은행 건전성 이슈로 펀드출자액 줄수도



이 기사는 09월03일(12:1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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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산은과 정책금융공사의 통합을 밀어부치기로 결정했다.벤처투자 분야 ‘수퍼 갑’의 탄생은 기정 사실화되는 분위기다.벤처캐피털 업계에선 "민간의 창의를 고사시키는 조치"라며 비판하는 등 반발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민간 벤처캐피털로선 자금 출자(LP) 기능을 등에 업은 통합 산은과 경쟁해야하는 처지에 놓일 것이란 게 주된 이유다.산은과 정금공 통합의 의미와,벤처캐피털 업계에 미칠 파장에 대해 긴급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1편]'슈퍼갑'탄생의 그늘
산업은행 벤처금융부는 연간 850억원 가량의 고유 자금을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한다. 자기자본을 쏜다는 점에선 차이가 있지만 유망 기업을 직접 발굴해 투자한다는 점에서 민간의 벤처캐피털과 동일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09년 중소기업 지원, 신성장동력 육성을 목표로 산업은행으로부터 분리된 정책금융공사는 벤처 업계의 최대 자금 출자기관(2010~2011년)이다. 펀드를 조성, 벤처캐피탈에 자금을 공급하는 간접 투자 방식으로 업계에 돈이 돌도록 역할을 수행한다.

◆"쏠림현상 더 심해질 것"반발
벤처캐피털 업계가 통합에 반발하는 것은 산은을 중심으로 두 기관이 통합할 경우 가뜩이나 문제로 지목돼 왔던 '독점'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벤처캐피털 업계는 산업은행이 자기 자본을 활용해 벤처투자를 하는 것 자체가 불공정 거래라는 불만을 내놓는다.업계 관계자는 “산은 벤처금융부는 투자한 다음 이사회 참여도 하지 않는다”며 “기업들은 까다로운 벤처캐피털 돈보다는 기업 경영에 간섭을 하지 않는 산업은행 돈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지적했다.시장 쏠림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벤처 투자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통합 산은 내 ‘차이니즈 월(정보 교류 차단벽)’ 붕괴 가능성이다. 이렇게 되면 자금출자부서로 모이는 각종 투자 정보가 운용 부서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정보독점의 폐해'다. B 창투사 이사는 “정책공사의 자금 출자에 목을 매고 있는 운용사들로선 통합 산은 내 벤처금융부가 성장성 높은 회사들을 소개해달라고 하면 거절하기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A창투사 투자본부장은 “산은으로부터 투자할 만한 곳이 없냐는 문의를 여러차례 받았다”며 “벤처 투자는 전문 인력을 보유한 민간 벤처캐피털이 해야지 왜 산은이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를 하는 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산은은 공기업 특성상 인력 교체가 잦다보니 “벤처 기업을 직접 발굴하기보다는 민간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 유망 기업을 소개받거나 공동으로 투자”(전 산은 벤처투자 담당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니즈 월' 이슈 부상
산업은행 관계자는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면 정보가 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이들은 드물다. 순환 보직이 이뤄지는 공기업에서 출자 부서와 투자 부서 내 선후배들 간에 정보 교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통합 산은 내 펀드 출자(LP)와 자금 운용(GP) 기능 중 하나를 없애야 민간 사업자와의 마찰을 피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현 정부가 벤처기업 활성화를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만큼 LP 기능을 없애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책공사는 국내 최대 벤처 펀드 출자자로 공사를 제외하면 국민연금, 중소기업청 정도가 벤처 부문에 자금을 출자한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야심차게 발표한 ‘성장사다리 펀드’만해도 정책공사가 리스크를 최대한 감수하기로 한 덕분에 국민연금도 참여를 검토 중이다. 2009년 이후 전체 벤처캐피털 펀드 가운데 30.6%가 정책공사가 자금을 공급한 덕분에 신규로 조성됐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벤처 활성화를 내걸고 있는 만큼 통합 산은이 LP 기능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그렇다고 산은 벤처금융부를 없애는 것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해당 인력만 30여 명에 달하는 데다 GP로서의 산은 기능을 없앨 경우 산업은행PE(프라이빗에쿼티)본부 역시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산은PE는 올 1분기 말 현재 약정액 기준 5조7402억원(공동 운용 포함)을 굴리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다. 사모펀드 부문 역시 정책공사가 펀드 출자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벤처 부분과 동일한 ‘차이니즈 월’ 이슈가 나올 수 있다. 산은PE까지 합치면 100여 명의 자리를 없애야 해 내부 반발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금융 강화와 민간 투자 활성화는 ‘모순’
투자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금융 강화로 되려 벤처 활성화를 저해하는 현상이 나올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민간 벤처캐피털과 정부 재원을 지원받는 통합 산은이 경쟁해야하는 상황 외에도 통합 산은의 벤처 지원액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는 통상 회수기간이 장기(5~10년)이고, 투자 위험성이 높아 BIS 비율 산출시 400% 수준의 위험 가중치가 적용된다. 금융감독원의 건전성 감독 대상인 은행은 BIS 비율 하락에 대한 우려 등으로 간접투자 주체로서 시장을 선도하기 어렵다. 정책공사를 분리 독립해 ‘배드 뱅크(bad bank)’로 설립한 것도 이런 어려움을 감내할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산은을 포함한 시중은행들이 LP로 나서지 않고, 수수료 수입 등을 목적으로 GP로서 투자에 참여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박동휘/오동혁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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