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1명 방북…입주기업 50~60% 재가동
입주사들 "경협보험금 상환 늦춰달라"
개성공단이 16일 재가동됐다. 경기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는 개성으로 짐을 싣고 가는 사람들로 활기를 띠었다. 재가동 첫날인 이날 입주기업 관계자 등 821명이 원부자재 등을 싣고 군사분계선(MDL)을 넘었다. 대형 화물트럭 556대가 개성으로 향했다. 화물트럭 운전기사 등 377명만 이날 오후 돌아오고 대부분의 직원은 개성에 남게 된다.
◆166일 만의 공장 재가동
개성공단으로 떠난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멈춰선 공장을 다시 가동하려면 앞으로 고생을 좀 해야겠지만 반년 만에 공단으로 다시 돌아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특히 계절 상품을 당장 납품해야 하는 업체들은 다가오는 추석 연휴도 반납해야 할 정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박래율 평화제화 공장장(58)은 “오늘 당장 재가동에 들어가 추석 당일 하루만 쉬고 주재원 모두 교대로 근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 공단에 왔다 갔다 하면서 재가동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며 “가을에 맞춰 나가야 하는 상품은 이미 (납품이) 늦은 상황이라 마음이 바쁘다”고 전했다. 이 회사에 근무했던 북한 근로자 450여명도 이날부터 모두 출근한다.
우리은행 파주지점 도라산출장소는 개성공단에서 쓸 달러로 환전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달러는 개성공단에서 기름을 넣고 식료품 등을 사는 데 필요하다. 개성공단 내에도 환전소가 있지만 지난주까지는 문을 닫은 상태였다.
◆당분간 시험가동 불가피
하지만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모두 이날부터 공장을 돌리는 것은 아니다. 123개 입주기업 가운데 50~60% 정도만 재가동한다. 정밀 설비가 많은 전자·금속 관련 기업들은 기계부식 문제 때문에 공장을 바로 돌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김학권 재영솔루텍 회장은 “지난주부터 현지근로자 150명 정도가 내부 수리와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장 100% 재가동은 힘들고 평소 근로자(1100명)의 40% 수준인 400~500여명만 투입해 부분적으로 공장을 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가동이 5개월여간 중단되면서 많은 바이어와 발주처가 끊긴 것도 공장 가동을 어렵게 하는 이유다. 유창근 SJ테크 사장은 “아무런 문제 없이 정상으로 공장이 가동되는지를 시험해볼 생각”이라며 “올해 발주는 지난달 초 거의 다 끝났기 때문에 당장 공장을 돌리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옥성석 나인모드 사장도 “상당수 업체들이 공장을 가동하더라도 주문이 없으니 완전가동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며 “(북한 근로자들을) 출근시키자니 인건비가 발생하고, 안 시키자니 기계 점검인력이 부족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경협보험금 상환도 ‘고민’
개성공단 경협보험금을 받아쓴 45개 입주기업(총 1485억원)은 상환 문제로 당혹해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이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보상으로 지급한 경협보험금을 다음달 15일까지 갚으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이미 회사 운영비 등으로 경협보험금을 쓴 상태다.
한 섬유업체 사장은 “5개월 넘게 이어진 공단 가동 중단으로 매출이 없어 채무상환이나 직원 월급으로 보험금을 이미 써버렸다”며 “보험금을 갚기 위해 다시 빚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소연했다.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경영위기에 직면한 입주기업들이 안정될 때까지 상환을 유예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기업들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며 “빨리,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정부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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