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무작정 취업은 '필패'…진짜 원하는 일이 뭔지 찾아라

입력 2013-09-16 17:43   수정 2013-09-16 23:20

'SK탤런트 페스티벌'에 온 신입사원들의 생생한 입사 코칭

다른 회사 인턴경험 자소서 쓸때는 지원 직무 연관성 강조해야
취업 위한 스펙 쌓기는 무의미…차라리 다양한 경험 쌓는 게 도움




“일자리를 얻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자신이 진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한 단계씩 나아가다 보면 성공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올 1월 SK브로드밴드에 입사한 정다윤 씨(25·고려대 미디어학과 졸)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먼저 찾으라’고 조언했다. 지난 11일 서울 충정로 L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SK탤런트 페스티벌’(SK그룹 채용설명회)에 참석한 그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쉴 틈 없이 후배들의 1 대 1 상담에 응했다.

다윤씨는 ‘자신의 일’을 찾았다면 가고자 하는 회사에 대해 철저히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원 회사에 대한 기본자료와 기사를 검색한 뒤 자기소개서를 써야 진정성이 담길 수 있어요. 저는 금융감독원 ‘다트’ 사이트에서 큰 도움을 얻었어요.”

‘상담 중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뭐였나’는 질문에 그는 “ ‘다른 회사에서 인턴을 했는데 자소서에 써도 되는가’였다”며 “단순히 인턴 경험만 쓰기보다 조직생활을 통해 배운 것을 지원직무와 연결해 쓴다면 훌륭한 자소서가 될 것이라고 격려해 줬다”고 말했다.

이틀간 열린 ‘SK탤런트 페스티벌’에는 13개 계열사에서 26명의 신입사원이 참여했다. 작년 하반기에 SK에 합격한 이들 중 6명을 만나봤다.

30대·저스펙의 SK입사비결은

3년간 고시생활. 영어점수 없음. 학점은 3점대 초반. 인턴경험 전무….

무스펙에 가까운 강다재 씨(31·서울대 경제학과 졸)가 SK에너지 신입사원으로 특강에 나섰다. 그의 합격 비결은 뭘까. 다재씨는 2년 전을 떠올리며 ‘그저 막막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2011년 사법고시 2차 실패 후 3년간의 고시생활을 접기로 마음먹었지만 정말 앞이 캄캄했다”며 “나이는 29세였고 어디서 어떻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다재씨는 입사과정에서 자신의 고시 실패를 숨기지 않고 떳떳하게 밝혔다. “비록 고시에 떨어졌지만 정말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가치 없는 실패는 없어요. 실패를 부끄럽다고 숨기지 마세요. 실패를 통해 성장하고 깨달은 것을 솔직히 자소서에 담으면 됩니다.” 특강 말미에 그는 “선배들은 시간 약속을 잘 지키고 인사를 잘하며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를 가진 후배를 좋아한다”며 “이런 점을 면접 때 강조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재씨에 이어 특강에 나선 김지수 씨(32·건국대 경영학과 졸)는 “저는 다재씨보다 더 절망적이었다”며 숫자 세 개를 화면에 보여줬다. “31, SK건설에 지원했을 때 제 나이였어요. 75, 작년 하반기에 제가 썼던 원서 숫자입니다. 3, 저의 학점과 서류합격 숫자예요.”

지금은 이렇게 얘기하지만 당시는 절망 그 자체였다. 그는 75번의 자소서를 썼지만, 카피가 아니라 매번 새롭게 썼다. “SK 자소서를 쓰는 날 다른 기업의 불합격 통보를 받았어요. 마음속엔 눈물이 흘렀지만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한 번 써서 안 되면 또다시 쓰는 거예요. 합격하는 그날까지 계속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 정성껏 써보는 겁니다. 결국 어떤 한 기업은 분명히 여러분을 알아봐 줄 거예요. SK가 저를 알아본 것처럼요.”

SK건설에서 구매업무를 맡고 있는 지수씨는 “구매업무를 위해선 꼼꼼함과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며 “어떤 사람을 만나도 대화할 수 있는 소통능력을 키울 것”을 조언했다.

다문화가정 돕고 원정 봉사까지

SK텔레콤의 네트워크 엔지니어 김영찬 씨(30·한국과학기술대 컴퓨터공학과 졸)는 “대학시절 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활동 경험이 면접 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5세. 파나마에서 생활한 2년간은 제게 도전을 가르쳐 줬어요. 백인과는 다른 피부색의 낯선 동양인을 그들은 무시했어요. 기업들이 흔히 쓰는 전사적 자원관리(ERP)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는 거예요. 처음 해보는 것이었지만 며칠 밤을 새워 내놨더니 감탄하더라고요.”

그는 처음엔 몸짓 발짓을 써야 할 정도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오기가 생겨 봉사활동 말미엔 스페인어를 구사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됐다. ‘내 가능성의 파트너’란 제목으로 강의에 나선 영찬씨는 세계 최고 네트워크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히면서 “회사가 나를 선택하도록 하지 말고 내가 회사를 선택할 수 있는 당당함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두 달 전 SK하이닉스에 입사한 나경아 씨(23·경희대 응용물리학과 졸)도 취업을 위한 스펙보다 다양한 경험을 쌓을 것을 주문했다. “4년간 방학마다 틈나는 대로 봉사활동을 다녔어요. 심지어 라오스까지 원정봉사를 다녀오기도 했죠.” 경아씨는 당초 대학원 진학을 생각했으나 지난해 여름 인턴에 지원한 것을 계기로 입사하게 됐다. 그는 “지원자들에게 자소서는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쓸 것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SK종합화학의 신입사원 김은수 씨(24·서울대 경영학과 졸)는 사내에서 ‘중국통’으로 불린다. 대학시절부터 30~40대 때 중국에서 비즈니스 할 것을 목표로 세운 그는 “한국계 투자회사의 중국지사 인턴과 국내 패션·의류회사 인턴 경험을 통해 꿈이 더욱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대학시절 봉사활동도 중국인 다문화가정을 돕는 일이었다. “저의 키워드는 ‘중국’이었어요. 입사를 앞두고 남과 다른 차별화된 강점 하나가 있다면 이미 취업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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