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회담 결렬…대치정국 장기화] 金 "대통령의 사과 있어야"…朴 "前정부 일, 사과요구 무리"

입력 2013-09-16 22:03   수정 2013-09-17 00:45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朴 "국정원이 혁신적 개혁안 내놓을 것"
金 "국회에 국정원 개혁 특위 설치를"



16일 3자 회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의제는 국가정보원 개혁이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회담 뒤 열린 민주당 의총에서 “회담에서 1시간30분 정도 얘기했는데 상당 시간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과 관련한) 대통령 사과에 대한 공방이 있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3자 회담이 시작되자 미리 준비한 국정원 개혁 문서를 박 대통령에게 건넸다. 문서엔 ‘국가정보원 개혁 관련 제안서’와 ‘국정원법 개혁 추진방안’ 등이 적혀 있었다. ‘국정원 개혁관련 제안서’에는 국정원 업무를 국외·대북파트와 국내·방첩파트로 분리하는 것과 함께 수사권 이관, 예산 등 국정원에 대한 국회 통제 강화, 기획조정권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관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과거 야당 시절에 주장했던 국정원 개혁 내용과 선진국 정보기관 운용 사례가 포함됐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작심한 듯 국정원 개혁에 대해 준비해온 일곱 가지 사항을 읽었다.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박 대통령이 해야 한다는 점을 비롯해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책임자 처벌 △국정원의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무단 공개에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사과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박 대통령의 확고한 입장 △국정원 개혁 절차와 주체 △재판 중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사건의 담당 검사 신분 보장 요구 등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의 댓글 사건에 대해 김 대표가 대통령에게 “사과할 책임이 있지 않느냐”고 하자 박 대통령은 “국정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게 없고 전 정권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대통령이 일일이 사과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사과를 거절했다고 양당의 비서실장은 전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재판 결과 사실로 밝혀지면 법에 따른 문책이 있을 것이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그것으로 족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국정원 댓글 사건 같은) 범죄에 대한 판례를 보면 기소한 뒤 대법원 판결에서 무죄를 받은 확률은 0.6%에 불과하고 측근비리 등은 관련이 없다고 해도 국정책임자가 사과를 하는 사안”이라고 맞받아쳤다.

김 대표의 국정원 개혁 요구에 대해 박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왜 국정원 개혁을 안했나”라고 되물은 뒤 “국정원이 민간이나 관에 출입하거나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확실히 못하게 하겠다. 혁신적 개혁안을 내놓을테니 제출되면 국회에서 보완해달라”고 답했다. 김 대표가 제안한 ‘국내파트 폐지, 수사권 분리’ 개혁안에 대해선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엄연한 현실 등을 감안해 국내파트 폐지는 옳지 않다”고 거부했다.

국정원 개혁 특위를 국회에 별도 설치하자는 김 대표 제안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먼저 국정원법에 따라 국정원에서 스스로 안을 만든 다음 국회에서 논의하는 순서로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국정원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무단 공개했다는 김 대표의 지적에 대해 박 대통령은 “대화록 공개에 관여하지 않았고, (제가) 사과할 일이 아니다”며 “국정원이 대화록을 합법적 절차로 공개했다고 보고받았다”고 했다.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과 관련, 김 대표가 인적 청산 차원에서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박 대통령은 “국정원 개혁안을 금방 공개할테니 그걸 보고 말해달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즈음에 가선 더 할 얘기가 없었다”고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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