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양적완화 축소 때 세계 경제는…선진국 금리 올라…신흥국 '달러 썰물'

입력 2013-09-17 15:43   수정 2013-09-17 22:33

추석 이후 재테크 어떻게

기업들 자금조달 어려워져…투자 위축 실물경기 악화 우려



“세계 경제는 아직 고금리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안 돼 있다.”(칼 웨인버그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시작한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종료가 임박했다. 시장에선 Fed가 18일(현지시간) 끝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이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월별 자산 매입 축소 규모는 당초 예상한 200억달러보다 적은 100억~150억달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시장에 돈이 줄어들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금리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년간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에 익숙해진 세계 경제는 한동안 홍역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유럽, 신흥국 “타격 불가피”

Fed의 양적완화 축소는 경제 상황이 어려운 국가들엔 치명타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다른 나라 금리도 덩달아 뛴다. 그리스 포르투갈 등 겨우 바닥을 찍고 경기 회복을 꾀하는 나라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딜레마에 빠졌다. 지금은 “필요한 만큼 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선제 안내’로 간신히 금리를 잡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입발’은 더 이상 효과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고 추가적인 저리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쓰기도 어렵다. 독일 등이 반대하고 돈도 없기 때문이다.

신흥국 사정도 어렵다. 지난 5월 Fed가 양적완화 축소 계획을 발표한 뒤 빠른 속도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6월 이후 신흥국 채권·주식형 펀드에서 각각 251억달러와 293억달러가 이탈했다. 그간 신흥국 자산가격에 끼어 있던 거품이 빠지면서 금융회사와 투자자들이 연쇄 피해를 볼 수 있다. 또 신흥국들이 갖고 있는 미 국채 가격이 떨어지면서 외환보유액도 줄게 된다. 국가 부도 위험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실물경기 악화되나

실물경제를 책임지는 기업들도 난관을 피할 수 없다. 저금리 시대에는 고금리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았다. 지난해 투기등급 회사채 이율이 연 6% 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재무 상황이 안 좋은 기업들도 돈을 싸게 구할 수 있었다.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반대로 위험자산에서 가장 먼저 돈이 빠진다. 회사채 금리도 올라간다.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고 실물경제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웨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며 “특히 유럽과 일본 기업들은 고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이 어려워지면 회사채를 산 투자자의 자산가치도 낮아진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분기보고서에서 현재 위험자산에 몰린 돈이 2007년보다 많다고 분석했다. 자산가치 폭락이 제2의 세계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다.

물론 양적완화 축소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미국 경기가 회복되면 소비도 살아나고 수출국들은 덕을 본다. 이미 한계점에 이른 미국의 정부 부채를 줄이는 것도 세계 경제의 장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이 어려울 때 중앙은행이 국채 등 자산을 사들여 시중에 직접 돈을 푸는 정책. 대표적인 양적완화 정책으로는 미국중앙은행(Fed)의 주택저당증권(MBS) 매입,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회원국 단기국채 무제한 매입(OMT), 일본은행의 자국 국채 매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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