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로 물든 천년고찰 해인사

입력 2013-09-17 15:56   수정 2013-09-17 21:37

27일부터 '해인아트프로젝트'


경남 합천 해인사 탐방로인 소리길이 야외 전시장으로 탈바꿈한다. 김성복과 성신 석조각연구회는 자연석의 징검다리에 연꽃을 조각했고 윤석남 작가는 수많은 유기견의 형상을 설치한다. 또 천경우 작가는 해인사 대적광전 앞마당을 수많은 붉은색 주머니로 장식한다. 돌이 채워진 이 주머니들은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삶 속에서 느끼고 있는 고통의 무게를 형상화한 것이다.

2013 해인아트프로젝트가 오는 27일부터 11월10일까지 45일 동안 해인사 경내, 성보박물관과 홍유동 계곡 일대의 소리길에서 열린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하는 이 행사는 해인사가 팔만대장경 조성 1000년을 기념하기 위해 2011년부터 마련해온 현대미술 축제로 ‘마음’을 주제로 펼쳐진다.

마음은 불교에서 중요시하는 개념의 하나로 실체가 없고 현상과 작용만이 있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런 마음을 절대화하고 거기에 집착해 고통을 자초한다고 본다. 행사를 주관한 향록 스님은 “팔만대장경에 새겨진 5200여만 자의 핵심을 한 자로 표현하면 마음 ‘심(心)’이고 부처님의 가르침도 결국은 ‘마음’에 있다”며 주제 설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은 실체가 없는 마음을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재해석해 도량을 방문하는 대중의 각성을 유도한다. 참여 작가는 구헌주, 박상희, 안규철, 임옥상 등 국내 작가 21팀과 쉬바 차치(인도), 인디라 존슨(미국), 피에트로 피렐리(이탈리아), 페르난도 가르시아 도리(스페인) 등 해외 작가 9팀을 합쳐 모두 30팀이다. 해인사 경내와 소리길에는 설치 작품이 주로 전시되고, 성보박물관에서는 평면과 입체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김지연 큐레이터는 “예술가와 스님은 모두가 구도의 길을 걷는 수행자”라며 “천년고찰에서 행해지는 현대미술전을 통해 굳어버린 예술언어, 종교언어, 관습을 깨뜨리고 새로움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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